대한항공 비예나(왼쪽)와 현대캐피탈 다우디.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2019-2020 프로배구 V리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조기 종료됐다. 일부 외국 선수는 리그가 종료되기 전에 고국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선수들도 시즌이 끝난 뒤 짐을 싸서 떠났다. 대한항공 안드레스 비예나(27ㆍ스페인)와 현대캐피탈 다우디 오켈로(25ㆍ우간다)는 예외다. 시즌이 끝났지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에 머물고 있다.

각자 사연이 있다. 스페인 출신의 비예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국에 남았다. 비예나의 조국인 스페인은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2일(이하 한국 시각) 오전 기준 확진자 수가 10만2136명으로 전 세계 3위다. 전날보다 확진자가 7719명 증가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 비예나는 상황이 안정된 뒤 돌아가겠다는 생각이다. 스페인에 있는 비예나의 가족들도 귀국 연기를 권유했다. 현재 구단이 마련해준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는 비예나는 개인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매일 같이 체육관에 나와 트레이너, 매니저 등의 도움 없이 자신만의 자체 프로그램에 맞춰 훈련하고 있다. 그는 대한항공 선수들 사이에서 ‘운동광’으로 유명하다. 취미가 ‘유튜브로 배구 영상 보기’일 정도로 배구 외엔 관심이 없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해 인기가 더 높고, 외로운 타향살이에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며 구단 관계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한항공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에 출연해 코칭스태프에게 짜장 라면을 대접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구단에서도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 쓰고 있다. 워낙 성실한 친구이고 운동밖에 모르는 선수여서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잘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우간다 출신인 다우디는 고국으로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상황이다. 우간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물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의 국경 출입을 봉쇄했기 때문이다. 애초 시즌이 끝난 뒤 우간다로 바로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졸지에 발이 묶였다. 지난 1월 천안 홈 경기에서 여자친구에게 공개 청혼을 했던 그는 오는 8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고국으로 돌아가 결혼식을 준비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이 틀어졌다. 다우디는 답답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고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코트 안에선 승부욕이 강한 선수이지만, 평소에는 순둥이다. 본인도 현재 상황에선 방역체계가 철저한 한국에 머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대캐피탈 구단은 홀로 지내고 있는 다우디가 심적으로 동요하지 않도록 세심히 신경 쓰고 있다.  그는 현재 구단이 제공한 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가끔 훈련장인 캐슬오브스카이워커스에 나와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다우디 스스로 운동하고 싶을 때 수시로 캐슬에 들러 운동하면서 격리 생활을 잘 버티고 있다”며 “선수단이 모두 휴가를 떠나서 혼자 지내고 있다. 최대한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구단에서도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천안에 갈 때 얼굴도 보고 있다. 성격이 온화한 선수여서 잘 인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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