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그룹 초신성의 윤학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그룹 에버글로우의 매니저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가요계가 초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간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느는 와중에도 스타들 가운데서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서로의 동선이 밀접하게 겹치는 연예계의 특성상 한 명의 확진자만 발생해도 많은 이들의 스케줄에 영향이 생기는 상황. 하지만 확진자가 없어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도 이제 끝이라는 불안감이 연예계에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우려했던 연예계 코로나19 쇼크는 정말 현실화될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 장면.

■ 해외 입·귀국자發 확진자… 확산 어디까지

잠잠해져가던 국내에서의 코로나19 상황에 불을 지핀 건 해외 입국자 및 귀국자발 확진자들이다. 코로나19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해외 스케줄을 소화하고 들어온 이들 가운데 감염자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팀의 경우 출연자 두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첫 번째 확진자는 캐나다 여성 A 씨로 감기 증상이 있어 진단을 받았으나 코로나19 증세가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난 달 31일 선별 보건소에서 검사를 진행한 결과 확진 판정을 받게 됐다. 또 다른 배우는 미국인 남성 B 씨로 관련 증상이 전혀 없었으나 코로나19 검사 뒤 1일 확진 판정을 받게 됐다.

팀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오페라의 유령'에도 비상이 걸렸다. 다른 배우 및 스태프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추가 확진자는 없는 상황이다. 모두 126명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1일부터 자가격리를 시행하고 있다. 다행히 역학조사 결과 무대를 통한 관객에게의 전파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알려지며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한시름 놓게 됐다.

윤학.

가요계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그룹 슈퍼노바(초신성) 멤버인 윤학이 국내 연예인 1호 코로나19 확진자다. 그는 지난 달 일본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같은 달 24일 귀국했다. 이후 관련 증상이 나타나 지난 달 31일 검사를 받은 뒤 지난 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윤학의 스태프들은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자가격리 14일 원칙 지키지 않는 안전불감증

에버글로우의 경우 윤학과 상황이 조금 다르다. 지난 달 미국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그 달 15일에 귀국한 이들은 14일 간의 자가격리 기간 없이 같은 달 24일 SBS MTV 음악 프로그램 '더 쇼' 녹화에 참여했다. 멤버 시현이 '더 쇼' MC를 맡고 있었기 때문.

이 스케줄에 동행한 매니저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더 쇼'는 물론 녹화장이 자리한 SBS 프리즘타워까지 난리가 났다. '더 쇼'는 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에서 7일 방송을 취소했고, 방송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사옥 출입을 금한 상태로 4일까지 전층 방역을 실시했다. 그 기간 동안 식당도 폐쇄돼 방송 필수 인력들은 밖에서 밥을 사먹어야 했다. 2층 어린이집의 경우는 오는 10일까지 운영을 하지 않는다. 매니저는 스케줄 소화 시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었던 상태로 알려졌으나 혹시 모를 감염 위험에 대비해 매니저의 동선을 파악, 그와 마주친 미디어넷 직원 및 프리랜서(15명 가량)에게는 자가격리 및 진단 조치가 내려졌다.

'더 쇼' MC 김민규, 시현, 주연(왼쪽부터).

다행히 에버글로우 멤버들은 코로나19 진단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왔으나 소속사인 위에화 엔터테인먼트에서 또 다른 스태프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접촉자 및 방문지의 범위는 더욱 확대된 상황이다. 시현과 함께 '더 쇼'를 진행하는 더보이즈의 주연과 배우 김민규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스타들의 경우 이동 경로에 방송국이나 샵 등 겹치는 공간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몇 명만 확진 판정을 받아도 연예계 전체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자칫 '더 쇼'처럼 연이은 결방 사태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연예계 내부에서도 올라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해외 스케줄 이후 자가격리 기간 없이 연예인 및 스태프들을 스케줄에 동원시킨 소속사들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K팝이 세계 전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해외에서 공연이나 방송 출연 등 스케줄을 진행하는 스타들이 확연히 늘었다. 지난 만우절에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해 논란을 빚은 가수 겸 배우 김재중의 경우에도 이 거짓말을 했을 당시 일본에 머물고 있었다. 또 NCT 127의 경우 지난 달 12일 미국 스케줄을 마치고 귀국한 뒤 바로 다음 날인 13일 KBS2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를 시작으로 약 3주 동안 음악 프로그램 일정을 소화했다. 에이티즈는 지난 달 13일 스페인으로부터 귀국해 같은 달 24일 MBC 표준FM '아이돌 라디오' 스페셜 DJ를 맡아 방송을 진행했다. 모두 충분한 자가격리 기간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만약 이들 가운데 누구라도 무증상 감염자이거나 증상이 뒤늦게 발현된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갈 것이 뚜렷하다. 방송국은 물론 이들이 다니는 메이크업-헤어샵과 동선에서 마주친 이들까지 모두 일상에 큰 타격을 받는다. WHO가 코로나19로 팬데믹 선언을 내린 건 지난 달 11일.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스타 및 소속사들의 안전불감증적인 행보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진=에스앤코 제공, OSEN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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