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창원을 뜨겁게 달굴 ‘나스타’가 돌아온다. 나성범(31ㆍNC 다이노스)의 복귀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NC의 간판타자 나성범은 지난해 5월 3일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에서 3루 슬라이딩을 시도하다가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무릎 십자인대와 연골판이 부분 파열된 큰 부상이었다.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고, 그대로 남은 시즌을 접었다. 광주진흥고, 연세대를 거쳐 2013년 프로에 데뷔한 그가 이처럼 크게 다치고 긴 공백기를 가진 것은 야구인생에서 처음이었다.

나성범은 수술 후 국내와 미국에서 재활에 매달렸다.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 외로운 자신과 싸움을 이어갔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많은 운동량을 소화해내며 빠르게 몸 상태를 회복했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실전에 출전할 정도로 빠른 회복 속도를 보였다. 겨우내 재활에 열중한 나성범은 순조롭게 재활 막바지 단계를 소화 중이다. 그는 3일 본지와 통화에서 “큰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서두르다간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단계별 운동을 했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개막까지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 시즌 수치적인 목표는 없다. 건강한 복귀가 최우선인 만큼 무릎 상태 회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처음에는 빨리 복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재활이 쉬운 과정이 아니므로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재활이 처음이다 보니 지금도 힘든 게 사실이다”라면서도 “강하게 마음을 먹기로 했다. 앞으로 1~2년 야구 할 것도 아니고, 이겨 내야 한다. 여기서 포기하면 야구를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있다”고 밝혔다.

십자인대 부상은 운동능력을 많이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나성범은 스프링캠프에서 크게 다치게 한 슬라이딩 훈련을 재개할 만큼 트라우마도 극복했다. 그는 “코치님들과 트레이닝 파트에서 걱정이 많았다. 저 역시 처음에는 겁이 났다. 하지만 캠프에서 조금씩 감을 잡아가니 괜찮았다. 예전처럼 과감하게 슬라이딩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재활 단계인 나성범은 지명타자로 시즌을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동욱(46) NC 감독은 “개막전에 지명타자로 출장할 가능성이 크다. 다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선수여서 수비는 날이 더 따뜻해진 뒤에 맡기고 싶다”고 밝혔다. 나성범도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막이 미뤄진 것도 완벽한 복귀를 노리는 그에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애초 3월 말에 맞춰서 재활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개막이 미뤄진 탓에 훈련 스케줄을 수정했다. 오히려 저에겐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준비할 시간을 더 벌었다. 타격, 수비, 주루 모두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므로 남은 기간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출장한 나성범. /NC 제공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국내 청백전에 꾸준히 출장하며 실전감각을 차근차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청백전에선 홈런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2019년 5월 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329일 만에 나온 홈런이다. 이 감독은 “나성범은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늘 홈런도 (타격) 타이밍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나왔다"라고 평가했다. 나성범은 “실전 감각이 아직 예전 같지 않은 게 사실이다”라면서도 “공백기가 길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한 타석 한 타석 나가다 보면 감이 돌아올 것이다.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성범은 KBO 리그 대표 타자로 인정 받았지만 아직 우승 반지를 손에 넣지 못했다. 지난 2016년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으나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다. NC도 나성범도 첫 우승에 대한 열망이 크다. 그는 “올해가 우승에 도전할 적기라는 말에 공감한다. 팀 전력이 탄탄하고, 선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 준비를 잘했다. 부상 선수만 나오지 않는다면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NC 애런 알테어(왼쪽)와 나성범. /OSEN

메이저리그 진출은 학생 때부터 품어온 꿈이다. 애초 나성범은 2019시즌 이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꿈을 잠시 미뤄야 했다.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 구단 동의를 얻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국내에서 김하성(25ㆍ키움 히어로즈)과 함께 미국 진출이 가장 유력한 선수로 꼽힌다. 그의 대리인은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68)다. 그러나 나성범은 빅리그 진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자신의 가치를 다시 증명한 뒤 떳떳하게 꿈의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메이저리그 진출이 언젠가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인 것은 맞다. 하지만 무작정 제가 원한다고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큰 무대에 도전할만한 자격을 갖추는 것이 먼저”라며 “예전의 몸 상태를 다시 보여주고,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려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 성공적으로 복귀한 뒤 모든 사람이 인정할 때 떳떳하게 도전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구가 그리웠던 나성범은 당당하게 야구팬들 앞에 서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팬들이 제가 다쳤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예전 좋았을 때 모습을 다시 보여드리고 싶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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