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헌이 5일 청백전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LG 트윈스의 기존 마무리 정찬헌(30) 공백기를 딛고 복귀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정찬헌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동안 안타 1개만을 내주고 무실점을 기록했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15개를 던졌다.

1회초 선두타자 홍창기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한 정찬헌은 신민재를 1루수 땅볼, 백승현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며 가볍게 이닝을 마쳤다.

2회초에도 선두타자 김호은에게 우전안타를 내줬지만, 최재원에게 유격수 병살타를 유도한 뒤 박재욱을 좌익수 뜬공으로 요리하고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허리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정찬헌은 오랜 재활 끝에 오랜만에 실전 마운드에 섰다. 지난해 5월 30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약 11개월 만의 실전이다.

겨우내 재활에 매달리며 호주 전지훈련을 거쳐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정찬헌은 이날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빠른 공 최고 구속은 142km에 그쳤지만, 맞춰 잡는 투구가 돋보였다. 투구 폼을 오버핸드에서 스리쿼터로 바꿨는데 제구가 안정적이었다.

경기 후 만난 정찬헌은 "오랜 만의 실전 등판이었는데 결과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재활 투구의 한 단계라고 생각하고 부담 없이 던졌다”면서 "적은 공으로 2이닝 동안 소화한 건 긍정적이다. 또 볼도 많이 안 던졌다. 안타를 많이 안 맞고 빠른 카운트에서 치게 한 건 만족스럽다. 컨디션이 70~80% 정도 수준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찬헌이 5일 청백전에 선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OSEN

정찬헌은 과거 150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였다. 그러나 지난해 수술을 계기로 구속 욕심을 버렸다. 대신 ‘지저분한 공’을 던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술 후 구속 욕심이 없어졌다. 구속은 꾸준히 140km 초반대만 나오면 더 바랄 게 없다. 과거 공은 좋은데 ‘치기 쉽다’, ‘깨끗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제 지저분한 공을 던지고 싶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공의 움직임이다. 또 다시 안 아픈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정찬헌은 지난 시즌 부상 전까지 13경기에서 1승 1패 6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64로 빼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이 도진게 아쉬웠다. 정찬헌 역시 “돌이켜 보면 많이 아쉬웠다. 선배들이 왜 ‘몸에 힘을 빼고 던지라’고 주문했는지 그 의미를 알아가던 시간이었다”라며 “이젠 돌이킬 순 없는 시간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초반 수호신으로 활약한 정찬헌이 자리를 비운 사이 고우석이란 신성이 나타나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올 시즌도 LG의 뒷문은 고우석이 맡는다. 이날 자체중계 해설을 맡은 차명석 LG 단장은 "정찬헌이 '그래도 내 덕분에 고우석이 나왔다'고 말했다"며 뒷얘기를 소개했다. 정찬헌은 후배 고우석에게 마무리 자리를 내준 것에 대해 전혀 아쉬움이 없다고 했다. “(고)우석이에게 예전부터 나중에는 너가 LG의 마무리 투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는 전형적인 마무리상과 거리가 멀지만, 고우석은 누가 봐도 매력적인 마무리감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후배를 칭찬했다.

개막 후에도 일단 2군에서 좀 더 재활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류중일 LG 감독은 "정찬헌은 아직 본인의 구속을 다 못 내고 있는 것 같다. 좀 더 계속 던져봐야 할 것 같다. 당장 1군에 있기보다는 2군에서 재활을 함께 하면서 경기에 계속 내보낸 채로 계속 체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정찬헌도 서두를 마음이 없다. ‘개막 후 한달 안에 복귀’라는 목표를 잡고 차근차근 컨디션을 끌어올릴 생각이다. 정찬헌은 “지난해 팬들께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드렸다”면서 “올 시즌엔 재활을 거쳐 건강하게 잘 복귀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잠실=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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