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JTBC 스튜디오 오리지널 금토극 ‘부부의 세계’는 최근 지상파와 케이블 전 채널에서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인기 드라마다. 드라마의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재료이자 동시에 식상하기도 한 ‘불륜’이라는 소재를 영리하게 변주한 작품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 4회만에 시청률 15% 돌파..인기 행진 이유

첫 방송 당시 시청률 6%대로 시작한 ‘부부의 세계’는 4회만에 전국 14.0%, 수도권 15.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부부의 세계’는 영국 BBC가 2015년과 2016년에 시즌1부작과 시즌2를 방영한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한다. 해당 드라마는 불륜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관계와 심리를 파헤치며 평균 시청자 수 951만 명을 기록했다.

영국 평단은 '닥터 포스터'에 “복수의 통쾌함을 넘어서 관계의 본질을 파고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원작 작가 마이크 바틀렛은 한 영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닥터 포스터’의 주인공 젬마 포스터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주술사 메데이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메데이아는 남편이자 영웅 이아손이 성공을 거두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지만 남편에게 버림받고 배신감과 복수심에 두 자녀를 죽이는 비극적인 캐릭터다.

마이크 바틀렛은 메데이아적인 인물로 주인공을 설정한 이유에 대해 “‘사랑’이라는 약한 고리에서 기인하는 관계, 그리고 ‘부부’라는 숭고한 인연의 속성 등을 찾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부부의 세계’ 역시 ‘닥터 포스터’와 비슷한 전개 양상을 띠고 있다.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내용 전개에서 흡사한 장면이 많다. 주인공 지선우(김희애)는 병원 부원장으로 권력과 능력 모두 출중하다. 영화감독인 남편 이태오(박해준)를 늘 뒷바라지하지만 정작 이태오는 ‘잘 나가는 아내’에게 자격지심을 느끼곤 한다.

불륜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규정 짓지 않는다는 점 역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위기에 놓인 부부뿐 아니라 불륜녀와 그의 부모, 아이 등 불륜이라는 틀에 싸인 사람들의 심리적 변화에 집중한다.

지선우는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민현서(심은우)에게 “헤어지라”고 말하면서도 막상 자신의 남편의 불륜에는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을 보인다. 또 남편의 불륜을 감추는 친구들의 심리, 악한 마음과 선한 마음이 공존하는 모습 등 현실에서 있을 법한 상황과 감정의 민낯이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 과거 불륜 드라마와 다른 현실적 접근

‘부부의 세계’는 1회부터 불륜 관계를 아는 지선우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타 불륜 드라마에서 초반에 감춘 상황을 처음부터 공개하며 파격적인 전개를 띤다. 드라마 속 불륜이 막장 코드와 결합된 것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부부의 세게’는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초반부터 불륜과 관련된 모든 상황을 공개했다”며 “온갖 자극적인 설정을 후반에 집중시킨 다른 드라마와 달리 현실적인 접근으로 시청자들의 공감과 공분을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

전작 ‘미스티’로 인기 드라마를 선보인 모완일 PD는 방송 전부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많은 작품이 부부의 얘기를 다루지만 틀에 갇혀 얕은 부분만 얘기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 부부와 관련해 정말 깊은 부분까지 보여주려 했다”고 강조했다.

극 초반부터 기존의 ‘치정 막장극’과는 다르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부부의 세계’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드라마를 보여줄 지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JTBC 방송화면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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