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은퇴 뒤 인생 2막 연 KBL 스타 선수들
지도자로 변신한 문경은ㆍ이상민ㆍ현주엽
예능인으로 변신한 허재ㆍ서장훈ㆍ하승진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김승현ㆍ신기성
왼쪽부터 문경은, 서장훈, 김승현. /OSEN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프로스포츠 선수 누구에게나 현역 은퇴 이후 삶이 존재한다.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여는 인생 제2막은 그들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일평생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바쁘게 살다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삶이 익숙할 리가 없다. 종목을 호령한 스타 선수라면 은퇴 뒤 행보가 더욱더 대중과 미디어의 관심을 받는다. 한국프로농구(KBL)에서 활약하다 은퇴한 스타 선수들도 통과의례처럼 피해갈 수 없다. 한 시대를 풍미한 KBL 스타들은 현역에서 물러난 뒤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 지도자 변신

가장 일반적인 코스가 지도자 변신이다.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10개 구단 사령탑 대부분 선수 출신이다. 그 중 현역 시절 손꼽히는 인기를 누린 이들이 있다. 문경은(49) 서울 SK 나이츠 감독, 이상민(48) 서울 삼성 썬더스 감독, 현주엽(45) 창원 LG 세이커스 감독이다. 이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후반까지 코트 위를 누비며 대한민국 농구 부흥기를 이끈 스타다. 특히 농구 국가대표팀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남겼다. 셋 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황금세대’ 대표팀 주역으로 활약했다. 당시 쾌거는 2014년 인천 대회 전까지 한국 남자농구가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2000년대 유일한 금메달로 기록됐다.

문경은 SK 감독. /OSEN

문경은 감독은 ‘람보 슈터’로 불리며 전성기를 누리다 2010년 은퇴한 뒤 친정팀 SK 전력분석 코치와 2군 코치 그리고 감독대행을 거쳐 2012년부터 정식 감독이 됐다. 8년째 지휘봉을 잡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도 종료한 2019-2020시즌을 원주 DB 프로미와 함께 공동 1위로 마감했다. 이상민 감독과 현주엽 감독도 은퇴 뒤 지도자로 KBL에 돌아왔다. 올 시즌 두 사람이 이끈 팀은 각각 7위, 9위로 부진했다.

이상민 삼성 감독. /OSEN

◆ 예능인 변신

지도자가 아닌 방송 예능인의 길을 택한 KBL 스타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허재(55)와 서장훈(46)이 꼽힌다. 둘 역시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1997년 KBL 출범 이후까지 프로농구 황금기를 이끈 스타다. 코트 위에서 전설적인 기록을 써 내려간 둘은 은퇴 뒤 방송계로 진출하는 뜻밖의 행보를 보였다. 선발 주자는 서장훈이다. 그는 센터 포지션으로 KBL 역대 최다 득점(1만3231점) 기록을 보유한 프로농구 전설 중 한 명이다. 아울러 ‘포지션 파괴’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예능인 변신에 성공한 서장훈. /OSEN

이런 엄청난 커리어를 쌓은 그는 지도자, 해설위원 대신 방송 예능인으로 변신하며 남다른 감각을 뽐내고 있다. 현재 SBS ‘미운 우리 새끼’와 MBC ‘편애중계’ 그리고 JTBC ‘아는 형님’ 등 다수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출연해 특유의 촌철살인 화법과 논리적인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종영한 SBS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에선 연예인 농구팀 핸섬타이거즈 감독을 맡아 선수 시절 못지않은 열정을 보였다.

농구선수 출신 예능인 후발 주자는 허재다. 허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한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끝으로 농구판을 완전히 떠나 예능계에 입문했다. 현재 JTBC ‘뭉쳐야 찬다’와 MBC ‘리얼 연애 부러우면 지는 거다’에 고정 패널로 출연해 카리스마 넘치던 호랑이 감독 이미지는 벗어던지고 예능 늦둥이 캐릭터로 탈바꿈했다.

유튜버로 변신한 하승진. /OSEN

허재, 서장훈과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역대 KBL 최장신 센터’ 하승진(35)도 예능인으로서 도약하는 샛별이다. 2018-2019시즌을 끝으로 이른 나이에 은퇴를 결정한 뒤 1인 크리에이터로 변신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유튜브 채널에 게임, 농구, 몰카, 대결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콘텐츠 영상을 올려 어느새 구독자 18만5000명 거느린 인기 유튜버로 성장했다. 가끔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다.

◆ 해설위원 변신

허재, 서장훈처럼 방송계로 진출했으나 또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는 스타들도 있다. 김승현(42)과 신기성(45), 우지원(47)으로 대표되는 농구 해설위원이다. 이들 중 2019-2020시즌까지 KBL 해설을 맡은 스타는 김승현과 신기성이다. 우지원은 은퇴 뒤 SBS Sports에서 해설위원으로 활동했으나 현재는 간간이 TV 프로그램에만 모습을 드러낸다.

은퇴 뒤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승현. /OSEN

김승현은 현역 시절 포인트 가드로 역사를 쓴 인물이다. 타고난 패스 능력과 빠른 스피드 그리고 현란한 개인기로 178㎝ 단신을 극복한 전설적인 가드다. KBL 최초로 2001-2002시즌 신인왕과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기록도 갖고 있다. 18년이 지난 2020년까지 이 역사에 도전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김승현은 2014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2017년 10월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으로 변신했다.

2003~2005년 원주 TG삼보 엑서스(현 원주 DB 프로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포인트 가드 신기성도 해설위원으로 올 시즌까지 마이크를 잡았다. 김승현과 다른 점은 지도자 경력이 있다는 것이다. 2012년 현역 은퇴 뒤 고려대학교 농구부 코치(2013~2014), 여자프로농구 하나은행(2014~2016) 감독, 신한은행 에스버드(2016~2019) 감독을 역임했다. 지난해 코트를 떠난 뒤엔 김승현과 함께 스포티비 해설위원으로 2019-2020시즌 KBL 해설을 맡았다.

WKBL에서 감독으로 활동하다 현재는 해설위원이 된 신기성. /OSEN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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