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페널티킥 득점 장면.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축구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 있다. 바로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는 것이다. 골키퍼와 1 대 1 승부이자 ‘11m 룰렛 싸움’으로 불리는 페널티킥은 흔히 손쉬운 득점 상황으로 인식되는데 그런 만큼 실축에 대한 부담이 크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는 총 1만6418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2109차례(경기당 0.128개)의 페널티킥 상황이 선언됐다. 페널티킥 성공 횟수는 1671회(실패 438회)로 성공률은 79.2%다.

◆부산 아이파크를 승격시킨 호물로의 페널티킥

리그 역사상 페널티킥 성공률이 가장 높은 선수는 전남 드래곤즈와 대구FC에서 활약한 노상래(50)다. 그는 통산 28차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모두 득점으로 연결했다. 페널티킥을 20차례 이상 찬 선수 가운데 성공률 100%는 그가 유일하다. 김은중(27회 중 24회ㆍ88.9%)과 데얀(24회 중 21회ㆍ87.5%), 우성용(30회 중 26회ㆍ86.7%) 등이 뒤를 이었다.

개인 통산 12차례의 페널티킥 시도 중 11차례를 성공시킨 부산 아이파크의 미드필더 호물로(25)도 페널티킥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30일 K리그2(2부) 부천FC1995전에서 K리그 사상 최초로 ‘페널티킥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역대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나온 2차례의 페널티킥(2017ㆍ2019시즌)을 모두 찬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성공시킨 페널티킥은 2019년 12월 8일 승강 PO 2차전에서 경남을 누르고 부산을 승격시킨 페널티킥 결승골이다.

페널티킥을 가장 잘 막았던 골키퍼는 FC서울의 유상훈(31)이다. 그는 총 15차례 페널티킥 상황에서 8차례나 선방했다. 선방률은 무려 53.5%에 이른다. 그는 201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 승부차기에서 신들린 3연속 선방으로 서울의 승부차기 3-0 승리를 이끌었다. 페널티킥 최다 선방의 주인공은 리그 역대 최다 출전(706경기) 기록을 갖고 있는 김병지(50)다. 그는 94차례 페널티킥 상황에서 22차례(선방률 23.4%)나 막았다.

◆페널티킥 성공률 1위 구단은 전남 드래곤즈

구단별 기록도 흥미롭다. 전남 구단은 페널티킥을 123차례 시도해서 106회(성공률 86.2%)를 성공했다. 리그 구단들 가운데 가장 성공률이 높다. 그 뒤로는 수원 삼성(86.1%), 제주 유나이티드(84.4%) 순이었다. 이에 반해 아산 무궁화 구단은 22개 페널티킥 시도에서 14개만 득점으로 연결해 63.6%의 성공률로 K리그 역대 최하위에 머물렀다. 페널티킥을 많이 허용한 순서는 제주(171회), 울산 현대(166회), 부산(149회), 포항 스틸러스(146회) 등이었다.

페널티킥 기록은 지난 2013시즌 보다 세분화됐다. 연맹이 승강제를 도입하면서 기록도 훨씬 풍성해지고 세밀해졌다. 2013~2019년까지 페널티킥은 총 854회(전반 322회ㆍ후반 532회)가 시도됐는데 핸드볼에 따른 페널티킥 선언이 169회(19.8%)로 가장 많았다. 또한 854회 페널티킥 가운데 657회가 성공했는데 이중 볼의 방향은 왼쪽 330차례, 오른쪽 236차례, 가운데 91차례로 파악됐다.

유독 중앙으로 공을 찼던 선수도 있다. 전남과 강원FC에서 뛰었던 외국인 공격수 웨슬리(39)는 6차례 페널티킥 기회에서 3차례를 골대 중앙으로 차 넣었다. 실패한 3차례 페널티킥 중 2회도 중앙을 공략했다.

스포츠 심리 전문가인 김병준 인하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페널티킥 상황 역시 ‘멘탈 싸움’이라고 짚었다. 김병준 교수는 본지에 “키커들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스스로 중요한 노력들을 한다”며 “셀프 토크를 하거나 골을 넣었을 때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는 심리 기법을 활용한다”고 전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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