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윔블던 대회가 코로나19로 취소되면서 출전 선수들의 경제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에서 전 스포츠 종목에 걸쳐 프로리그가 축소 또는 취소되거나 개막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직장'을 잃은 프로선수들이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상금으로 수익의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종목의 피해가 크다. 대표적으로 테니스와 골프계의 충격파가 거세다. 
 
◆ ‘윔블던 취소’ 테니스에 드리운 빈익빈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윔블던 테니스대회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넘지 못하고 75년 만에 취소됐다. 윔블던 대회는 1·2차 세계대전 영향으로 두 차례(1915~1918년, 1940~1945년) 중단된 바 있다. 윔블던 대회 취소가 주는 프로 테니스계에 파장은 거세다.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첫 취소라는 의미 외에도 올해 프로테니스 일정이 파행을 거듭할 것이라는 경고로 읽힌다. 
 
앞서 5월 예정했던 메이저대회 프랑스오픈도 9월로 연기됐다. 이 밖에도 중소대회도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규모가 크지 않은 대회들이 생존을 위협 받는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대회 취소로 고스란히 피해를 안게 된 대회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당장 내년 몇몇 토너먼트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19로 관련 산업과 선수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브 사이먼 여자프로테니스(WTA) 회장은 "코로나19로 대회가 취소 되면서 관련 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각 토너먼트들의 대회 예산, 스포서 및 대회장 계약, 연기 시점 등에 따라 피해 규모가 정해진다. 특히 전대미문의 대회 취소가 이어지면서 보험을 들지 않은 대회가 많아 피해의 폭이 클 전망이다. 보험에 들었더라도 전염병에 의한 취소나 연기가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는지를 두고 다툼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회가 줄어들면서 피해는 선수의 몫이 된다. 탄탄한 스폰서 지원을 받는 상위 랭커들을 제외한 선수 대부분은 대회 상금으로 생활한다. 대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생활고를 호소하는 선수도 있다. 사이먼 회장은 "선수들이 몇 주 동안 경쟁할 기회가 없어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PGA와 LPGA에서 선수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연합뉴스

◆ PGA 1부와 2부 선수간 심화되는 빈부 격차
 
세계 주요 프로골프 투어가 코로나19로 중단되면서 선수들 사이 빈부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PGA투어와 2부투어인 콘페리투어 간 격차다. 올 시즌 들어 3월 기준 PGA투어는 22개 대회를 개최했다. 걸린 총상금은 1억6000만 달러(약 1967억 원)다. 반면 콘페리투어는 6개 대회를 치렀고, 총상금은 400만 달러(약 49억 원)에 그쳤다. 약 40배 차이다. 
 
선수 간 상금 격차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PGA투어 페덱스컵 스탠딩 150위(상금랭킹 142위) 오스틴 쿡이 이번 시즌 13개 대회에 출전해 받은 상금은 27만9342달러(약 3억5000만 원)다. 반면 콘페리투어 상금랭킹 150위 후안 카를로스 베니테스는 올해 한 대회에 나가 3556달러(약 430만 원)를 버는 데 그쳤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도 사정이 비슷하다. 마이크 완 LPGA투어 커미셔너는 6일(이하 한국 시각)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일부 선수들에게 상금을 미리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완 커미셔너는 "원하는 선수에게 한해 상금을 앞당겨 지급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지급된 상금은 이후 투어가 재개되면 수령할 상금에서 제하게 된다. 
 
LPGA는 2월 16일 호주여자오픈 이후 개점 휴업 상태다. 문제는 선지급 액수가 예상 상금액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어 또 다른 빈익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하위권 선수들과 2부인 시메트라 투어 선수들이 받을 선지급 상금액은 상위권 선수들에 비해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완 커미셔너는 "PGA투어만큼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 선수들에게 필요한 만큼 도와주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이번 조치가 어려운 시기를 넘기는 데 다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PGA는 앞서 최근 선수들에게 10만 달러(1억1000만 원)의 상금을 선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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