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외식 매출 감소에 따른 주류 매출 부진 이어져
하이트진로, 오비·롯데 부진 속 유일한 성장세
오비맥주가 6일부터 청주공장의 맥주 생산을 중단한다. 사진은 오비맥주 광주공장. /오비맥주 제공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주류업계의 매출 부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실화되고 있다. 음식점과 주점 등 유흥시장의 매출이 절반 넘게 줄면서 향후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주류업계의 희비가 극명히 나뉘고 있다.

6일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국 외식업체의 95.2%에서 고객 감소했고, 평균 고객 감소율은 약 59.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외식 매출이 절반 넘게 줄어든 것으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병 당시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당시 전국 외식업체의 84.3%가 매출 감소를 겪었다.

외식업체의 매출 부진은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으로 회식 등 모임 자리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택근무와 개학 연기 등 외부활동 대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국내 주류 매출 대부분이 외식업체에서 나오다 보니 술 판매도 자연히 감소했다.

주류 도매업계에 따르면 1~2월 국내 맥주, 소주 유통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부진이 심각해지면서, 오비맥주와 롯데칠성 등 주류업체의 고민도 깊어졌다.

오비맥주는 이날부터 4주 동안 청주공장에서의 맥주 생산을 중단했다. 사유는 재고 적체 심화다.

다만 설비와 출하 등을 담당하는 직군의 업무는 그대로 유지했다. 맥주 유통량이 감소하면서 재고가 쌓이자 상품 생산을 중단했다.

오비맥주 청주공장은 인력이 약 300명이다. 이 중 제품 생산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약 120~130명이다. 이들은 평균 임금의 70%를 급여로 지급받는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중부 지역 판매 하락에 따른 재고 적체 현상으로, 이를 소진하기 위해 생산 중단을 결정하게 됐다”며 “(휴무자들은)수당과 인센티브 등이 모두 포함된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는 것으로 실 수령액은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식업계에서의 맥주 매출이 70~80%를 차지하는 만큼 매출 부진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청주공장은 오비맥주가 운영하는 공장 셋 중 가장 작은 규모다”라고 덧붙였다.

일시적 생산 중단이지만 오비맥주가 국내 맥주 시장점유율 1위 업체임을 감안하면 충격이 크다. 그만큼 오비맥주의 매출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전체 생산량의 33%를 차지하고 있는 충북 지역의 맥주 생산량은 대부분 오비맥주의 것으로 추산된다”라며 “보수적으로 접근하더라도 오비맥주 전체 생산량의 35%를 차지하는 대규모 공장인데, 성수기를 앞두고도 4주간 생산 중단 조치를 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카스 브랜드의 노후화, 높은 B2B 매출 비중과 지난해 가격 인상으로 인한 악영향도 반영될 것으로 전망됐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OB맥주는 높은 B2B 매출 비중(55% 추산)과 카스의 브랜드 노후화, 전년 가격 인상(2019년 3월)으로 인한 높은 기저효과로 인해 매출이 30%이상 감소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의 고민도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맥주 판매량 감소와 이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금 창출원(캐시 카우)이었던 소주 ‘처음처럼’이 지난해부터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휘말리면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지난 1분기 기대이상의 실적이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는 맥주 ‘테라’와 소주 ‘진로이즈백’이 쌍두마차로 매출 상승세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맥주시장 전체 매출이 감소하고 있으니 테라의 성장으로 어느정도 상쇄되고 있다”며 “2월 테라의 매출 비중이 수입맥주를 제외한 전체 맥주 내 5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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