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레드삭스의 크르시 세일(사진)이 코로나19 휴식기간 동안 토미 존 수술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노아 신더가드(뉴욕 메츠), 루이스 세베리노(뉴욕 양키스), 크리스 세일(보스턴 레드삭스), 타일러 비디(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들의 공통점은 투수라는 것 이외에 최근에 모두 토미 존 수술(인대접합 수술)을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때아닌 강제 휴식기에 접어든 지금 토미존 수술을 감행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토미 존 수술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선수들이 수술을 택하고 있다. 

◆"꼭 지금 해야" vs. "선수 생명 걸린 일"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지난달 14일 미국대학외과협회는 '급박하지 않은 모든 수술은 연기하거나 최소화하라'는 권고문을 냈다. 같은 시기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역시 '위급하지 않은 모든 의학적 처치 및 수술을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위중한 만큼 가용 가능한 의료 인력과 장비를 코로나19 방역에 쏟아붓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그래서인지 토미 존 수술을 감행한 빅리거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굳이 지금 꼭 해야만 하냐는 지적이다. 의료윤리 전문가 크리스토프 스콧 교수는 "의사가 아니더라도 존 수술을 위해 간호사와 각종 장비가 필요하다"며 "야구가 국기인 미국에서 일반인이 느낄 배신감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토미 존 수술이 수술 시기를 늦추더라도 악화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디(SI)는 '지금 야구선수의 토미 존 수술은 옳은가'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수술대에 오른 빅리거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류현진의 어깨 수술을 집도했던 닐 엘라트레체 박사는 지난달 31일 세일의 토미 존 수술을 맡았다. 엘라트레체 박사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인터뷰에서 "논란은 알지만 토미 존 수술은 그들의 생계와 연관돼 있다"며 "한 시즌 쉬느냐, 두 시즌 쉬느냐의 차이는 선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인왕 피트 알론소 역시 트위터에 "수술이 얼마나 절박한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아는 문제"라고 적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도 고교 시절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선수 생명을 연장했다. 연합뉴스

◆은퇴 기로 선 선수도 살려낸 토미 존 수술

토미 존 수술의 시초는 LA 다저스의 좌완 투수 토미 존부터다. 그는 1974년 선수 생활 갈림길에 섰다. 왼 팔꿈치 안쪽 측부인대가 파열되면서 투수 생명이 끝날 위기를 맞았다. 당시 LA 다저스의 주치의였던 프랭크 조브 박사는 그때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수술을 제안한다. 공을 던지지 않는 오른 팔꿈치 힘줄을 떼어내 왼 팔꿈치에 접합하는 방식이다. 수술 성공률은 5% 내외에 불과했지만 존은 수술대에 오른다. 

수술 뒤 약 18개월의 재활을 거친 끝에 마운드에 선 존은 복귀 첫 해인 1976년 31경기에 나서 10승10패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했다. 1978~1980년에는 3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다. 수술 후 14년을 더 뛰며 164승을 추가해 메이저리그 통산 288승을 남겼다. 1963년 데뷔한 존은 수술 여파로 쉰 1975년을 제외하고 1989년까지 모두 26시즌을 뛰었다. 야구 인생이 끝날 뻔한 길목에서 토미 존 수술로 기사회생한 것. 조브 박사는 야구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 받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토미 존 수술은 이제 보편화됐다. 수술 성공률은 95% 이상으로 높아졌다. KBO리그 선수 중에는 1992년 정민태(당시 태평양)가 최초로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이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끝판왕' 오승환(삼성)도 각각 고교 시절과 대학 때 수술을 경험했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역시 SK와이번스 소속이던 2016년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타자도 예외는 아니다. '추추트레인' 추신수(텍사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이던 2007년 토미 존 수술로 새 팔꿈치를 얻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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