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연예계 전반에 변화가 일어났다. 가요계도 마찬가지.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현상이 계속되면서 잠시라고 생각했던 휴지기가 길어졌고, 이에 따라 가요계에서는 온라인 쇼케이스·무관중 공연 등 새로운 문화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 온라인 공연·매칭 펀드로 '숨통'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공연 제작사, 엔터사 등은 큰 재정적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이들이 모이는 이벤트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잡혀 있던 공연, 쇼케이스 등이 연이어 취소됐기 때문. 공연기획사들 역시 이 같은 공연 줄취소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고자 아티스트들은 온라인 공연 진행에 돌입했다. 온라인 공연 진행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집 안에 있는 대중을 온라인 공연으로나마 위로하자는 것과 침체된 공연 시장에 이렇게나마 활기를 불어넣자는 것. 전자의 경우 수익과 관련 없지만 후자는 수익성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난 해 10월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방탄소년단의 서울 공연 포스터.

현재까지 온라인 공연은 코로나19로 콘서트나 뮤지션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식는 것을 방지하는 데서 그 의의를 찾았다. 이런 시국에도 꾸준히 문화 공연을 즐겨야 그런 관심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어질 거란 분석에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해외의 경우 공연을 언제부터 재개할 수 없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무료로만 공연을 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앞서 방탄소년단, 위너 등은 대규모의 콘서트까지 라이브로 안방극장에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들의 공연을 통해 입증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마련한 '방구석 콘서트' 역시 카메라의 시점을 실제 공연장에 앉아 있는 것과 최대한 비슷하게 유지하며 높은 현장감으로 호평을 얻었다.

공연을 즐기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콘서트 현장에 직접 가는 것이겠지만, 티켓팅에 실패하거나 장소 이동이 여의치 않아 공연장을 찾지 못 하는 이들도 많다. 코로나19로 인한 다수의 온라인 쇼케이스, 공연 등의 개최는 향후 질 높은 온라인 공연을 유료로 즐기는 세상이 올 것을 예감케 한다. 충분한 기술만 투입된다면 온라인 공연은 오프라인보다 훨씬 더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어느 시점엔가는 팬들이 온라인 공연 입장권 티켓팅에 나서는 날이 올지 모른다.

세계적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스포티파이는 보다 공격적인 방식으로 아티스트 지원에 나섰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아티스트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이들이 뮤지케어, PRS 파운데이션, 헬프 뮤지션즈 등 지원 단체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중간자 역할을 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뮤지션들은 약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 24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팬들로부터 직접적인 펀딩을 받는 서비스도 나온다. 팬들은 이에 따라 스포티파이의 아티스트 페이지에서 직접 후원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공연 개최 등이 어렵게 된 아티스트들이 이를 통해 일시적으로나마 숨통을 트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포티파이의 뮤지션 지원 프로젝트.

■ 안정성 높은 국내 시장 각광

한류가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시점이지만 국경폐쇄하는 국가 늘며 사실상 해외 활동이 어려워졌다. 국내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감소하는 시점이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은 코로나19로 시름하고 있는 상황. 언제부터 해외 공연을 열 수 있을지 앞날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불안정성은 국내 시장에 대한 가요계의 재평가를 불러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중국발 '한한령',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인한 일본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 하락 등 해외 시장의 불확실성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중화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한류 스타가 갑자기 해외 활동을 접고 국내 시장으로 돌아오거나 예정됐던 공연이 차일피일 연기되며 골머리를 썩였던 경우를 이미 시장은 수 차례 목격했다. 코로나19 사태는 해외 시장에 수익 대부분을 의존하는 시스템은 위험하다는 것을 확실히 실감케 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사실상 최근 가요계는 해외 시장 중심으로 흘러갔다. 인기 스타들의 경우 국내에서 앨범을 내더라도 실질적인 수익 창출은 해외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투어가 가장 큰 수익 창출 기반이었기 때문"이라면서 "코로나19 해외 프로모션 일정에 차질이 생긴 매니지먼트사가 한 둘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한한령 이전까지 중국 시장에 많은 부분을 의존했다가 크게 피해를 입은 공연사, 기획사 등이 많지 않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수익 시스템의 체질 개선을 고려하는 회사들이 많아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스타들이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국내 활동 기반 쌓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아이돌 스타들은 앨범을 내고 투어를 열더라도 국내에서는 서울에서만 콘서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9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공연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8232억 원으로 2년 연속 매출액 8000억 원대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스케줄 취소와 국내 공연 시장의 성장세와 맞물려 앞으로는 많은 스타들이 해외투어만큼 전국투어 개최의 비중을 늘리고 해외 팬들과는 면대면 외의 방식으로 소통할 창구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티파이 공식 트위터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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