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재용 부회장, 부친 이건희 회장 본받아 위기극복에 혁신 강조
1분기 영업익 6조4000억원 넘기며 선방, 반도체의 힘
코로나19 지원에도 앞장서는 모습 보이며 '사회적 책무' 다해
이재용 부회장이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찾았다. /삼성전자 제공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국가적 비상사태에 놓인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시장 우려에도 불구하고 1분기 실적 방어에 성공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초격차 전략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시장에서는 시총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6조원을 넘기기 힘들 것이란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왔지만 실제 공개된 실적에서는 6조원 중반을 지키며 국내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7일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5조원, 영업이익 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을 하향 조정하며 증권가 컨센서스로 1분기 영업이익이 6조1232억원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날 공개된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98%, 영업이익은 2.73%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D램 가격 상승과 서버·데이터 수요가 지속 증가하면서 반도체가 실적을 견인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20 시리즈가 코로나19 사태로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IM(IT·모바일)사업부문의 실적 감소에 기여했고, TV 등 가전 역시 수요 감소로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면서 당장은 실적이 괜찮아도 2분기부터는 그 여파가 밀려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 시장 상황도 녹록지는 않다. 현재까지 생산 차질 없이 가동되고 있는 반도체 공장과 달리 스마트폰과 가전을 생산하는 해외 공장들이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하는 등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러시아 칼루가 가전 공장을 비롯해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브라질 캄피나스 공장과 마나우스 공장, 인도 노이다 공장 등이 일시 폐쇄되는 등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그간 ‘위기 속 기회’를 강조하며 미래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은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회장은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과감한 도전으로 시장에 대응했던 사례를 비춰보면 이 부회장 역시 현재의 위기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재계의 판단이다.

이 회장은 지난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으로 취임해 1997년 외환위기를 비롯해 여러 악재들을 겪으면서도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드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이 회장이 당시 51세 때 했던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이 부회장의 재판 당시에 다시금 회자되며 대표적인 기업가 정신으로 꼽힌다.

프랑크프루트 선언은 이 회장이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계열사 사장단 및 임원 200여명 앞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메시지를 통해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삼성전자는 반도체, 가전, 스마트폰 분야에서 1위 기업으로 변모했다.

이에 과감한 도전과 혁신을 통해 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현재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다.

삼성전자 본관 /김창권 기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분야 점유율을 끌어올려 전체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야심이 녹아있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모습이 이 대목에서 보여진다.

특히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도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이 부회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현장을 방문해 “예상치 못한 변수로 힘들겠지만 잠시도 멈추면 안 된다. 신중하되 과감하게 기존의 틀을 넘어서자”며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한 지금 흔들림 없이 도전을 이어 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에겐 이 회장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단순히 기업의 성장만이 아닌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무에도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의 추모식에서 이 부회장은 “선대 회장의 사업보국 이념을 기려 우리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며 사업보국 정신을 언급하며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300억 규모의 긴급 지원을 통해 피해지역의 복구에 써달라며 기부금을 출연했고, 경증환자용 치료시설 제공과 의료진 투입 등에도 앞장섰다.

여기에 마스크 대란으로 공급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정부를 위해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원해 마스크 제조 핵심 원자재인 마스크 필터용 부직포(멜트블로운) 수입을 돕는가 하면, 중소 마스크 제조업체에 금형 제작과 제조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생산 지원에 나서며 코로나19 대응에 앞장서기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여파에도 혁신을 통한 성장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부터 LCD 생산을 전부 중단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퀌텀닷(QD)’ 사업에 올인하는 것을 시작으로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와 개발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삼성그룹 측은 코로나19로 중단된 신입사원 채용도 재개했다. 삼성은 6일부터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주요 계열사 ‘2020년 상반기 3급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냈다. 모집 회사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SDS 등이다.

예년보다 한 달 정도 늦어진 일정이지만 삼성이 진행하고 있는 초격차 전략과 더불어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채용 일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진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유연한 대처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던 만큼 지금의 위기 상황을 이 부회장이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가 중요해 졌다”며 “2분기부터는 코로나19 여파가 여실히 들어나는 만큼 미래 계획에 차질이 없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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