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준희 수습기자] 냉장으로 배송받은 어류와 육류, 청과물 등 식료품 변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스티커가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은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오동엽·박제영·황성연·최세진 박사팀이 이 같은 기술을 개발하고, 저명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3월호에 발표했다고 7일 밝혔다.

일명 ‘콜드체인(저온유통) 안심 스티커’로 불리는 이 기술은 10℃ 이상 상온에 노출되면 스티커에 나타나는 이미지로 변질 여부를 알 수 있다. 상온 노출 이력뿐만 아니라 상온 노출 시간까지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냉장·냉동 보관된 식품이 상온에 노출되면 세균이 증식하기 쉽지만, 육안으로 변질 여부를 알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콜드체인 안심 스티커를 이용하면 식품이 상한지 모른 채 먹어 발생하는 식중독, 햄버거병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콜드체인 안심 스티커는 얇고 유연한 데다 제조비용이 저렴하고, 임의로 조작할 수 없어 최근 급성장하는 신선 배송시장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스티커의 핵심은 상온에 노출되면 투명해지는 나노섬유 필름이다. 연구진은 새로 개발한 나노섬유 필름 뒷면에 일반 필름을 붙여 콜드체인 안심 스티커를 만들었다.

저온 상태의 나노섬유 필름은 가느다란 실이 교차한 안정된 형태로, 빛을 산란시켜 불투명하다. 하지만 상온에 일정 시간 노출되면 나노섬유 구조가 붕괴되면서 빛이 투과해 투명해지게 된다.

상온에 노출된 스티커 앞면 나노섬유 필름이 투명해지면 뒷면 일반 필름 이미지가 나타난다. 이를 통해 식료품 변질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게 화학연구원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상온에서 나노섬유 필름이 투명해지는 시간도 조절했다. 식료품에 따라 부패시간이 다른 점에 착안한 것.

스티커별로 최단 30분에서 최장 24시간 후 투명해지도록 일종의 타이머를 설정했다. 나노섬유의 조성과 두께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이용했다.

오동엽 화학연구원 박사는 “한 번 상온에 노출된 스티커를 다시 냉장·냉동하더라도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고, 상온 노출 시간을 임의로 느리게 할 수도 없다”며 “사실상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콜드체인 안심 스티커는 식료품 외에도 고가 의약품 저온유통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스티커 자체가 얇고 유연한 데다 예상 제작비용이 개당 10원 대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최세진 화학연구원 박사는 “기존 의약품 유통용으로 쓰이는 키트는 파손될 경우 특수 잉크가 흘러나올 위험성도 있다”며 “반면 이번에 개발된 콜드체인 안심 스티커는 유통 과정에서 손상되더라도 화학물질 유출 우려가 없으며, 기능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3월호에 게재된 바 있다.

김준희 수습기자 kjun@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