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희망이다] 현대차, '위기의 땅을 기회의 땅으로'…뚝심경영으로 中시장 돌파
[기업이 희망이다] 현대차, '위기의 땅을 기회의 땅으로'…뚝심경영으로 中시장 돌파
  • 조윤성 기자
  • 승인 2020.04.08 16:00
  • 수정 2020-04-09 08:12
  • 댓글 0

정의선 “위기 이후를 준비”... 노조 특근 재개로 동참
美.中.EU 등 전략시장.. 제네시스, 아반떼 등 잇딴 신차출시
현대家 이어온 공격적인 도전정신 빛나... 책임경영에 적극 나서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이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며 팰리세이드, 제네네스 등 전략차종을 시장에 출시하며 조기에 경영안정화를 꾀한다. 정 부회장의 이런 계획에 노동조합도 화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픽=이석인 기자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이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며 팰리세이드, 제네네스 등 전략차종을 시장에 출시하며 조기에 경영안정화를 꾀한다. 정 부회장의 이런 계획에 노동조합도 화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픽=이석인 기자

[한스경제=조윤성 기자] 현대차그룹은 중국과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생산기지 10곳이 가동을 중단한 '셧다운' 상태다. 글로벌 생산체제가 셧다운 되면서 지난 3월 현대차는 26.2%, 기아차는 11.2%씩 판매가 급감했다. 팬더믹 사태로 현대차그룹의 앞날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지경에 빠져들었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2008년 금융위기를 상기하며 코로나19로 불거진 위기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부터 자신감을 피력하고 나섰다. 정 수석부회장은 “일시적 사업 차질은 불가피하겠지만 조기에 경영 안정을 이루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현대차그룹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하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몽구 회장의 경험을 되살려 이번 위기도 무난히 돌파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어려울수록 위기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글로벌 생산기지가 멈춰선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와 초격차 경쟁을 펼치기 위해 파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한다. 우선 판매가 급격히 추락한 중국시장의 회복에 나섰다.

정 수석 부회장은 국내에서 진행해 성공을 거둔 ‘구매 안심 프로그램'을 중국현지에서도 펼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의 구매안심 프로그램은 현대·기아차를 구매했지만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인해 차량을 유지하기 힘들어지면 반납하거나 다른 차로 교환할 수 있다.

현대차는 2016년부터 차량 구매 후 실직, 전염병, 사고 등 고객이 처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 변화에 따라 차종 교환, 신차 교환, 안심할부(차량 반납)가 가능한 '현대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가운데 지난 3월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한 차량 교환·반납 고객이 모두 1192명에 달한다.

현대차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4월부터 국내와 거의 동일한 프로그램인 '신안리더'를 출시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침체된 중국 자동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자동차 구매를 주저하는 중국 소비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중국 신안리더는 올해 6월까지 투싼(TL), 밍투, ix35, 라페스타, 싼타페, ix25 등 6개 모델로 한정해 시행한다. 

기아차도 중국 합자법인 둥펑위에다기아가 이달 초 국내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아이신부두안'이라는 고객 케어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아이신부두안은 중고차 가격 보장을 통한 신차 구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실직과 전염병으로 소득이 없을 경우 6개월간 할부금을 대납해주는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와 현지 업체들이 코로나19로 시장에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3세대 제네시스 G80이 본격 출시해 중국, 미국, 유럽 등 전략시장 공략을 본격화 한다. 사진=임민환 기자
3세대 제네시스 G80이 본격 출시해 중국, 미국, 유럽 등 전략시장 공략을 본격화 한다. 사진=임민환 기자

글로벌시장, 전략차종 출시로 초격차 승부

여기에 중국과 미국, 유럽시장 등 전략시장에 제네시스 브랜드를 비롯한 신 모델을 투입해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최근 출시한 제네시스 G80과 GV80이 준대형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과 겨뤄도 충분하다는 자신감 덕에 3개 전략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인 셈이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수요가 많은 북미에는 제네시스 GV80을 올 3분기에 투입하고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기아차 텔루라이드 등으로 시장공략에 집중한다. 

유럽시장에서는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에 따라 코나EV(전기차)를 내세워 친환경시장 공략에 나선다. 

올해 현대차는 중국, 미국, 유럽 등 전략시장의 판매를 219만4000대로 목표했다. 전체 해외 판매량(384만4000대)에 57% 수준이다. 북미시장이 가장 많은 90만6000대로 정했고 다음으로 중국 73만대, 유럽 55만8000대 등의 순이다. 

다양한 전략신차 출시와 현지 시장에 맞는 구매프로그램으로 3대 전략시장에서 글로벌 메이커와 초격차를 실현하겠다는 게 정의선 수석 부회장의 포부인 셈이다.


정 수석 부회장은 국내에서도 초격차 실현을 위해 전력투구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월 GV80 출시를 필두로 5년 만에 선보인 '7세대 아반떼'와 제네시스 '신형 G80'도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올해는 특히 대표적 인기 SUV '투싼'과 제네시스의 2번째 SUV인 'GV70' 출시를 앞두고 있어 국내시장에서도 현대.기아차의 판매는 초격차 실현이 가능할 전망이다.

울산공장은 지난달 7일부터 특근을 재개하며 차량 생산을 늘리고 있다. 특히 불황 타개책으로 선택 받은 GV80(울산2공장), G80(울산5공장1라인), 아반떼’(울산3공장) 등은 생산라인이 풀가동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울산공장은 지난달 7일부터 특근을 재개하며 차량 생산을 늘리고 있다. 특히 불황 타개책으로 선택 받은 GV80(울산2공장), G80(울산5공장1라인), 아반떼’(울산3공장) 등은 생산라인이 풀가동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노조도 위기경영에 한 몫

정의선 수석 부회장의 위기돌파에는 노동조합도 한몫 하고 있다. 과거 현대기아차의 노조는 ‘귀족노조’라는 이미지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현대차는 그동안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수년 동안 약 1조원을 넘어서는 손실을 겪어왔고 생산차질도 평균 5만대 이상의 차질을 빚어왔다.

그러던 현대차 노조가 지난 2월 사측과 함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합의'를 도출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례적으로 "고객이 천재지변으로 인한 차량 출고 지연에 애가 타고 있다"며 조합원들에게 생산량 만회를 독려하고 나섰다.

올 들어 노조의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현대차 노조가 앞장서 ‘생산에 속도를 내자’는 입장을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올해 노조 집행부를 이끌고 있는 이상수 노조위원장이 "배부른 귀족노동자로 낙인 찍힌 불명예를 바꿔야 할 때"라고 밝힌 바 있어 올해 노조가 전향적으로 태도가 바뀐 것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정의선 부회장도 “함께 노력하는 노사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며 화답했다.

울산공장은 지난달 7일부터 특근을 재개하며 차량 생산을 늘리고 있다. 특히 불황 타개책으로 선택 받은 GV80(울산2공장), G80(울산5공장1라인), 아반떼’(울산3공장) 등은 생산라인이 풀가동 중이다. 유럽에서 반응이 좋았던 코나(울산1공장), 투싼’(울산5공장2라인) 등도 울산공장에서 노조는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위기극복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노조는 국내의 모든 생산공장에서 잔업까지 줄이는 대규모 감산에 동의했었다. 감축생산으로 인건비 절감과 조직 효율성을 되찾은 현대차는 직원 구조조정은 최소화해 위기를 버텼다. 당시 글로벌 메이커인 토요타와 닛산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지만 선제적 위기대응에 힘입어 대규모 감원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시무식에서 중점 사안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시무식에서 중점 사안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정몽구 회장 ‘뚝심경영’, 정의선 부회장도 이어받아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아자동차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보좌했다. 정 부회장은 당시 정 회장의 위기돌파를 바로 지근거리에서 바라보면서 위기경영을 배웠다. 

정 부회장은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대내외 경영악재를 돌파하기 위해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했다. 그는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현대차의 이사회 의장직을 승계했다. 글로벌 판매량이 급감하고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그룹 총수 격으로 사태의 신속한 진화가 필요해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도심항공모빌리티 등으로 핵심사업을 재편시키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전력한다. 위기 극복을 위해 어려운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가속화 해야 한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이다.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61조원을 투자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혁신계획 '2025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의 변해야 산다는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이사회 의장에 오른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곧바로 생산현장으로 달려갔다. 지난 2일 생산현장을 찾은 정 부회장은 “코로19 이후를 대비해 공격적인 생산물량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위기에 경영축소는커녕 더 공격적인 경영에 나선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회장을 아버지로 이이온 ‘뚝심’과 ‘도전정신’을 위기 타개를 위한 타산지석으로 삼고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며 “‘귀족’이라는 불명예를 얻은 노조까지 나서 정 부회장의 공격경영에 힘을 보태고 있어 코로나19 이후를 노사가 한 마음으로 준비하는 모습”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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