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왼쪽) 원주 DB 프로미 감독과 문경은 서울 SK 나이츠 감독. /KBL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조기 종료된 2019-2020시즌 현대모비스 프로농구의 감독상 수상자는 사실상 투표단의 호불호 같은 정성평가에 따라 그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2019-2020시즌 정규리그 감독상은 오는 20일 KBL 센터에서 최우수선수(MVP), 베스트5와 함께 시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코로나19 여파로 별도의 행사는 개최하지 않고 수상자만을 초청해 시상하기로 했다.

◆공동 1위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성적’

감독상 부문은 김종규(29ㆍ원주 DB 프로미), 허훈(25ㆍ부산 KT 소닉붐)이 겨루는 MVP 수상 부문 못지 않게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시즌 감독상은 28승 15패로 나란히 공동 1위를 차지한 원주 DB 프로미 이상범(51) 감독과 서울 SK 나이츠 문경은(49) 감독의 경쟁으로 추려진다.

지난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정규리그 순위를 공동 1위로 마무리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리그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2월 29일까지만 치러지고 결국 잔여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고 조기 종료된 탓이다.

프로농구는 지난 2002-2003시즌 대구 동양(현 고양 오리온)과 창원 LG를 시작으로 2009-2010시즌(모비스ㆍKT), 2013-2014시즌(LGㆍ모비스), 2015-2016시즌(KCCㆍ모비스)까지 총 네 시즌에서 정규리그 1위와 2위의 성적이 같았다. 하지만 이들 경우에선 모두 상대 전적 등으로 1, 2위 팀의 우열이 가려졌다. 올해는 시즌이 중도에 끝나는 특수 상황이 고려돼 공동 1위를 인정했다. DB가 상대 전적에서 3승 2패로 앞섰지만, 잔여 경기 중 SK 홈 경기가 한 차례 남아 있었던 점이 고려됐다.

감독상 수상자는 기자단 투표로 결정되는데 여태까지는 주로 정규리그 1위 팀 감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프로농구 출범 이후 정규리그 1위 팀 소속이 아닌 감독이 감독상을 거머쥔 경우는 지난 시즌까지 23차례 시즌 중 2차례 밖에 없었다. 1999-2000시즌 원주 삼보(현 DB)의 최종규(74) 감독과 2009-2010시즌 부산 KT의 전창진(57) 감독이 그 예외 사례다. 최종규 감독은 당시 4위(22승 23패)의 성적으로, 전창진 감독은 2위(40승 14패)의 성적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이번 시즌에는 공동 1위인 양팀 감독의 우열을 가리는데 도움이 될 만한 기록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상범 감독과 문경은 감독은 모든 부문에서 같거나 비슷한 성적을 냈다. DB와 SK는 2017-2018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격돌했다가 지난 시즌에는 각각 8위(24승 30패)와 9위(20승 34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나란히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실패했고, 이번 시즌 다시 정상에서 선두 싸움을 벌였다.

◆연세대 선후배 사이, 성격도 무난하다는 평

두 감독이 연세대 선후배 사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학교와 선수, 지도자 경력 모두 선배인 이상범 감독은 DB에서 소화한 최근 세 시즌 중 2017-2018시즌과 올해, 2차례나 정규리그 1위를 기록했다. 후배인 문경은 감독은 2017-2018시즌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팀을 최상위권에 올려놨다.

이상범 감독은 시즌 전과 중반 선수의 영입과 복귀로 전력 강화를 꾀했다. 시즌을 앞두고는 김종규를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했고, 시즌 중반부턴 군 복무를 마친 두경민(29)의 복귀로 승승장구했다. 특히 두경민이 복귀한 전후 DB는 KBL 최초 4라운드 전승과 올 시즌 최다 연승인 9연승을 해냈다.

SK는 백업 가드 전태풍(40)을 제외하면 주목할 만한 전력 보강이 없었다. 그럼에도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39) 등 기존 선수들의 촘촘한 조직력을 앞세워 안정적인 성적을 냈다.

두 감독 모두 소속 선수들의 부상 속출로 한때 골머리를 앓았지만, 탁월한 승부사 기질로 위기를 극복해냈다. DB는 주축 선수 허웅(27)이 발목 부상을 당했고 윤호영(36) 역시 발등 골절과 손목 부상 등으로 고생했다. SK는 2라운드에서 MVP에 오를 정도로 남다른 활약을 보이던 최준용(26)이 지난 2월 무릎 인대파열로 시즌아웃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김선형(32)은 막판 손등 골절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이상범 감독은 김민구(29), 김현호(32), 김태술(36) 등 자원으로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메웠고, 문경은 감독은 최성원(25) 등을 활용하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다. 최성원은 이번 시상에서 기량발전상과 식스맨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두 감독을 알고 있는 한 농구 관계자는 8일 본지에 “다들 특별히 모난 구석 없이 무난한 성격을 지녔다. 성적도 같은데 성격도 적을 두는 스타일들이 아니라서 투표단이 투표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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