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5월 초 개막 시나리오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안갯속에 있던 개막일이 윤곽을 드러냈지만, 시즌 문을 열기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KBO는 7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긴급 실행위원회(단장모임)을 열고 '2020시즌 정규시즌 개막 시점'을 논의했다. 이날 모인 10개 구단 단장과 KBO는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21일 구단 간 연습경기 시작, 5월 초 정규시즌 개막 로드맵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지금보다 더 호전된다는 전제 하에 이같이 결정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2주 동안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추세 등 사회적 분위기를 살펴본 뒤, 21일부터 타 구단과의 연습 경기를 하기로 했다. 이후에도 안정세를 보이면 5월 초 정규시즌 개막을 목표로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KBO는 14일 열리는 이사회(사장 모임)에서 정규시즌 개막일 등을 확정하기로 했다. 류 총장은 “5월 1일 혹은 5월 5일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KBO는 5월 초 개막이 144경기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장에서 달가워하지 않는 무관중 개막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이유다. 류 총장은 “5월 초 정규시즌 개막 즈음 추세가 좋아져 확진자가 없어지면 유료 관중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내렸다. 일단 출발은 무관중으로 하고, 전체 좌석 수를 10%, 20%씩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5월 초 개막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8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384명으로 전날 0시 대비 53명이 증가했다. 신규 확진자는 6일(47명), 7일(47명)에 이어 50명 이내를 유지했다.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여전히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을 권고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고,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는 '제2차 파도'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다.

만약 오는 20일 시점에서 확진자가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연습경기를 치를 수 없다. 자연스럽게 5월 초 개막은 불가능해진다. 또 팀간 연습경기 전후로 선수나 야구 관계자 중에서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KBO의 모든 계획이 백지화 될 수 있다. 류 총장은 “연습경기 하루 전이라도 확진자가 나온다면 일정이 취소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류 총장은 "정부가 정한 기간이 늘어나면 연습경기 진행이 부담스럽게 된다"며 "기간이 연장된다는 것은 확진자가 줄지 않고 엄중하다는 뜻이니, 연습경기나 개막 일정도 연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BO의 시나리오대로 5월 초에 개막을 한다고 해도 불안요소가 많다. 개막 후 확진자가 발생하면 리그 파행이 불가피하다. 아직 구단 관계자나 선수의 확진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종종 의심 증상 등으로 훈련 취소가 반복되고 있다. 한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5월 초에 개막을 해도, 안 해도 문제다. 코로나19가 언제 완전히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일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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