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19-2020시즌 V리그 정규리그 MVP 나경복 인터뷰
V리그 우리카드 나경복. /KOVO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대한항공의 안드레스 비예나(27ㆍ194cm)와 비교해 제 강점은 키가 큰 것뿐인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 위비의 레프트 나경복(26ㆍ198cm)은 생애 처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고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그는 9일 오후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팀ㆍ개인상 전달식에서 정규리그 MVP(기자단 투표 30표 중 18표 획득)의 영예를 안았다.

◆신인상ㆍMVP 모두 보유한 역대 3번째 선수

나경복은 본지와 통화에서 “(수상 후보로 꼽혔던) 비예나(10표)는 점프력과 테크닉 등 모든 면에서 저보다 우위였다. 부족한 제가 상을 받게 됐다. 굉장히 영광스럽다. 감사한 분들이 많아 일일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경복은 2019-2020시즌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491점(전체 6위)을 기록했고, 공격 종합에서도 성공률 52.92%로 전체 4위, 토종 2위에 올랐다. 시간차 공격 성공률은 80.00%로 팀 동료 펠리페(76.00%ㆍ2위)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나경복은 레프트 김학민(37ㆍKB손해보험)과 센터 신영석(34ㆍ현대캐피탈)에 이어 역대 V리그 남자부에서 신인상과 정규리그 MVP를 모두 거머쥔 3번째 선수가 됐다. 지난 2016년 신인상을 받은 나경복은 데뷔한 지 다섯 시즌 만에 MVP를 품에 안으며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다.

변우덕 우리카드 사무국장은 나경복에 대해 “인성이 정말 바른 선수다”라고 칭찬했다. 실제로 나경복은 “매번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갑작스럽게 시즌이 종료됐는데 저희 팀이 1위(25승 7패ㆍ승점 69)였다 보니 이런 상을 받는 운도 따르게 된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신인 시절 본지와 인터뷰에서 스스로에게 “(100점 만점에) 50점 이하”라는 박한 점수를 매겼던 그는 ‘다시 한번 자평해 달라’는 질문에 “신인 때보단 높게 65점 정도 주겠다”며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는 생각이다. 리시브 능력, 수비력 등이 부족해 35점을 깎았다. 그 부분을 조금 더 안정적으로 만들면 점수가 더 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나경복이 MVP를 수상한 모습. /KOVO 제공

◆또래보다 크고 운동신경 좋았던 어린 시절

나경복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 다니던 학교에는 배구부가 없었는데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배구부 감독이 수업 중에 찾아와 스카우트 제의를 해 여름 방학 때 시험 삼아 해보고 배구 선수의 길로 접어 들었다.

나경복은 “키는 평균보다는 조금 컸던 것 같다”며 “무엇보다 그 당시 뛰어 노는 것 좋아했다. 부모님께서도 저를 두고 ‘어렸을 때부터 가만히 있지 못하는 스타일이다’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그래서 부모님이 저에게 운동을 시키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배구를 하기 전에는 축구 등을 하며 뛰어 놀았다. 동네 친구들하고 운동을 하면 그래도 운동신경이 있다는 말을 듣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조기 종료된 시즌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시즌이 끝까지 치러졌더라도 팀이 1위를 했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저를 비롯해 팀 선수들이 1위를 간절히 바랐다. 특히 5라운드 때 대한항공에 1-3으로 져서 6라운드 때 더 제대로 맞붙어보고 싶었다”며 “우승이 결정되는 경기의 무게감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 경기를 한 번 경험해보고 시즌이 끝났다면 지금보다 아쉽진 않았을 것 같다”고 답했다.

스승인 신영철(56) 우리카드 감독에게는 감사함을 표했다. 나경복은 “늘 본인보다 저희를 먼저 챙겨주신다. 훈련할 때는 엄격하신데 다른 때는 또 재미있으시다. 선수단을 잘 이끌어주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에게는 공격적인 측면에선 손을 빨리 들으라고 하시고 나머지 부분은 특히 리시브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다. 리시브와 관련해선 ‘너는 할 수 있으니깐 한번 해보자’라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신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리시브, 수비 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계속 부딪혀 보려 했다”고 덧붙였다.

나경복. /KOVO 제공

◆첫사랑과 행복한 신혼 생활 꿈꾸는 나경복

나경복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이번 MVP 수상으로 FA 대박 계약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는 “FA 계약에 대해선 급하지 않고 천천히 생각해보려 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오는 7월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당초 이번 달 식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3개월 연기했다. 나경복은 “결혼 준비는 다 해놨고 빨리 식을 올리고 싶었는데 미뤄져서 아쉽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멕시코 칸쿤으로 가려 했던 신혼여행도 취소했다”고 고백했다.

예비신부 자랑을 해 달라고 말을 건네자 “평범한 회사원이다. 마음씨가 착하고 굉장히 예쁘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신인 시절 친구가 소개해줬는데 얘기하고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인연이 돼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떠올렸다. ‘첫사랑인가’라고 묻자 망설임 없이 “첫사랑이다”라고 강조한 뒤 “7월에 결혼해서 집을 꾸며가며 함께 잘 살고 싶다”고 웃었다.

나경복은 성공보다 ‘행복’을 더 중요시한다. 그는 “행복이 먼저 있어야 성공하더라도 기쁠 것 같다. 성공만 있고 행복이 없으면 뭔가 좋지 않을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성공을 더 바라본 것 같은데 성장하고 보니 운동을 하더라도 재미있게 즐기면 그게 행복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행복이 조금 더 중요한 것 같다”고 힘주었다. 나경복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서 그의 남은 배구 인생과 결혼 생활도 행복하게 그려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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