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류중일 LG 감독.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변해야 산다.’

올 시즌부터 KBO 리그 경기 생중계 도중 감독이 직접 카메라 앞에서 상황을 설명하거나 자기 생각을 밝히는 장면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7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긴급 실행위원회(단장모임)에서 감독이 경기 중 중계진과 인터뷰를 하는 방안에 합의를 마쳤다. 이날 실행위에 참석한 10개 구단 단장들이 필요성에 공감했고, 직접 소속팀 감독에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예정이다.

KBO는 3연전 중 홈팀 감독과 원정팀 감독 각각 1경기씩 총 2경기에서 3회말에 감독 인터뷰를 진행할 계획이다. KBO는 오는 21일부터 시작할 구단 간 연습경기에서 시범 운영해 팬들과 현장의 반응을 살핀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는 이미 정규시즌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에도 양 팀 감독의 경기 중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54) 본지 논평위원은 “예전에는 포스트시즌에만 했었는데 현재는 정규시즌에도 경기 중 인터뷰를 한다. 팬들이 경기 중 감독과 코치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 반응이 좋은 편이다. 팬들에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소통을 강화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 프로농구(KBL)에서도 2019-2020시즌 유도훈(53) 인천 전자랜드 감독, 문경은(49) 서울 SK 감독, 서동철(52) 부산 KT 감독 등이 경기 중 마이크를 작용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KBO의 변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 중 감독 인터뷰 도입은 ‘팬 프랜들리’ 정책의 일환이다.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와 콘텐츠를 제공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흥미를 유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KBO 리그는 최근 2년 연속 관중 감소세를 보였다. 2019년 총 관중은 728만6008명에 머무르며 4년 만에 800만 관중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까지 겹쳐 관중 감소세가 굳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9일 본지와 통화에서 “코로나19 여파에 선수단과 팬들이 접촉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팬들과 소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인데 그런 기회가 단절될까 우려됐다. 현장과 팬들의 소통을 강화하고자 경기 중 인터뷰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BO와 구단, 방송사는 심판과 3루 주루코치에게 마이크를 채우는 방법도 추진 중이다. 류대환 총장은 “현장의 생동감 있는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장에서도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지방 A구단 단장은 “팬 서비스와 소통 차원에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팬 서비스를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야구 중계를 시청하는 팬들이 더욱 현장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수도권 B구단 단장도 “이젠 KBO 리그도 변해야 산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팬들에게 꾸준히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경기 중 인터뷰 도입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매 순간 자신의 결정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수 있어 예민할 수밖에 없는 감독들에겐 경기 중 인터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지방 C구단 단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감독을 배려해 매 경기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 입장에선 다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특히 연패 중이거나 팀 분위기가 안 좋을 때는 더욱 부담을 느낄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KBO는 애초 5회 말이 끝난 뒤 클리닝 타임을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승부가 치열해지거나 승패가 사실상 결정된 뒤에 인터뷰하면 감독이 느낄 부담감이 클 수 있다는 의견을 수렴해 인터뷰 시점을 '3회 말'로 정했다. 류 총장은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시행할 생각이다. 구단, 방송사와 잘 협의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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