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여전업계 "여전채 발행 물꼬 트는 계기 됐으면"
채안펀드가 14일 여전채를 매입한다./픽사베이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가 오는 14일 첫 번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매입에 나선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여전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여전채 매입과 관련된 채안펀드 운영방향을 안내했다고 10일 밝혔다.

채안펀드를 통한 여전채 매입지원은 여전사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원리금 상환유예 지원규모와 시장에서 여전채 발행조건 등을 감안해 구체적인 매입대상·규모·조건 등을 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7일 채안펀드의 여전채 자펀드 운용사는 발행사들에 여전채 매입 연기를 통보했다. 당초 채안펀드 운용사는 카드사 등 여신업들의 자금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6일 발행사들로부터 여전채 발행 금리와 수량을 제안하는 입찰 메일을 제출받은 뒤 첫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었다.

지난 3일 기준 'AA+' 등급 카드채(신한, 삼성, KB국민카드) 3년물 신용스프레드는 68.3bp(1bp=0.01%p)로 지난달 말(65.2bp) 대비 확대됐다. 스프레드는 채권의 발행이나 은행 대출 때 신용도에 따라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뜻한다. 스프레드는 신용도가 높을수록 낮고, 신용도가 낮을수록 높다.

시장에서는 신용도가 낮은 비우량 여전채와 회사채를 중심으로 당분간 금리 스프레드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가 실제 집행에 들어가도 모든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수혜는 불가능하다"며 "여전채 중에서는 신용도가 매우 우수한 일부 은행계 카드채의 스프레드는 많이 줄었지만, 나머지 여전채는 아직도 민평대비 높은 스프레드를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를 포함한 기타금융채는 지난달 2410억원 순발행됐다. 은행과 다르게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신용공여, 장·단기카드대출 등을 위한 대부분의 사업 자금을 회사채를 통해 끌어온다. 카드사의 경우 전체 자금조달 방식 중 70% 이상이 여전채로 알려졌다.

여전채를 포함한 기타금융채의 순발행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감했다. 지난 1월 기타금융채의 순발행액은 2조2250억원이었지만 2월 4304억원, 3월에는 2410억원에 그쳤다.

여전채뿐만 아니라 카드사의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도 어려운 상황이다. 카드사가 발행한 ABS는 할부금융과 매출채권을 기반하기 때문에, 국내·외 경기불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연체율 상승 시 신용도가 떨어져 그만큼 발행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24일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고용, 가계 소득을 비롯해 경제활동에 차질이 발생함에 따라 가계의 신용카드 부채 상환능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이는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져 신용카드 ABS의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이어 "현금서비스 이용자들은 통상적으로 신용도가 취약한 경우가 많아 현금서비스 채권의 경우 신용구매 대비 연체율 상승 리스크가 더 높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각 사업장 가맹점주와 개인회원이 결제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 또한 카드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악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ABS 발행에 성공한 카드사도 있다. 우리카드는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은행을 단독 투자자로 2억7000만달러(약 3279억4200만원) 규모의 해외 ABS를 발행했다고 9일 밝혔다. 평균 만기는 3년 6개월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자본 시장의 급랭 속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장기 저금리의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여전업체들이 여전채 발행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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