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산유국 간 갈등에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관련 ETN 가격도 급등락
국제유가 상승 VS 하락, 엇갈린 베팅 나선 개인투자자들
원유 레버리지 ETN 가격 괴리율 확대, 투자자 손실 우려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로 관련 ETN상품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금 손실이 우려된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최근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과 브렌트유 선물 등에 투자하는 국내 ETN(상징지수채권) 상품의 가격도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일반적인 WTI 관련 ETN 외에 레버리지 ETN 상품에 대한 투자가 몰리면서 국제 유가 변동성에 따른 투자 리스크도 더 커지는 모습이다.

레버리지 ETN 상품은 일반 ETN보다 가격 변동폭이 2배 가량 되기 때문에, 국제 유가의 방향성과 투자 상품이 일치할 경우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이 2배로 늘지만 만약 유가가 반대 방향으로 갈 경우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또한 최근 원유 관련 레버리지 ETN의 지표가치와 시장가격 간 괴리율이 이례적으로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하락에 투자하는 ETN 상품들의 가격이 이날 일제히 급등했다.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은 전날보다 955원(14.67%) 오른 7465원에 거래를 마쳤다. QV 인버스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과 신한 인버스 WTI원유 선물 ETN, 타이거 원유선물 인버스, 코덱스 WTI원유 선물 인버스, 신한 인버스 브렌트원유 선물 ETN 등 관련 ETN들은 이날 적게는 5% 이상, 많게는 10% 가량 가격이 상승했다.

다만 이들 ETN에 투자한 이들의 수익률은 투자 시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초 3300원 수준에서 거래를 시작했던 이 ETN은 1분기 중 국제 유가 급락으로 인해 현재 가격이 2배 이상 오른 상태다. 지난달 장중 한때는 1만8500원까지 급등세를 보였다. 연초부터 투자한 투자자라면 상당한 수익을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당시 고점 부근에서 투자한 투자자라면 현재 투자금의 절반 이상이 날아간 상태다. 이날 15% 가까운 급등세를 기록했어도 여전히 60% 이상 손해를 보고 있을 수 있다.

국제 유가 상승에 투자한 이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1분기 국제 유가가 20달러선까지 급락하자 오히려 유가상승에 베팅하는 개인 투자자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산유국간 원유 생산량을 둘러싼 갈등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면서 유가는 쉽사리 반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석유수출기구(OPEC)와 10개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가 오는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두 달간 하루 1000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국제 유가(WTI)는 오히려 9% 넘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유는 원유 감산 폭이 시장의 기대를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수십 년만의 최대 규모 감산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며 최대 하루 2000만 배럴의 감산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예상의 절반 수준에 그쳤으며, 이 마저도 모든 산유국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가격은 전일대비 17% 이상 급락하며 2830원을 기록했다.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올해 초 가격은 1만6000원 수준이었다. 연초부터 이 상품에 투자했다면 투자 원금의 대부분이 사라진 셈이다. 다만 이달 초 한때 1500원 수준으로 떨어졌던 당시에 투자했다면 이날 급락에도 불구하고 2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이날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도 15% 넘게 가격이 빠졌다. 이 외에도 국제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 혼합 ENT, 신한 브렌트원유 선물 ETN 등 원유가격 상승에 투자하는 ETN 상품의 가격이 10% 전후 하락세를 보였다.

한편, 이 같은 가격 급변동과 함께 관련 ETN 상품의 실제 가치와 시장 가격 간의 차이도 크게 확대됐다. 이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를 우려한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소비자 경보 최고 수준인 '위험' 단계를 발령했다. 이는 금감원이 지난해 6월 소비자경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최초 사례다.

금감원 관계자는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지표가치와 시장가격간 괴리율이 이례적으로 폭등했음에도, 유가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대거 몰려 피해가 예상된다"며 "괴리율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레버리지 ETN에 투자하면 기초자산인 원유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기대수익을 실현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관련 ETN 상환시 시장가격이 아닌 지표가치를 기준으로 상환되기 때문에 지표가치보다 높은 가격에서 매수한 투자자는 상환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원유 관련 ETN에 베팅하는 투자자는 괴리율에 해당하는 가격차이 만큼 잠재적 손실을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금감원은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관계기관 및 ETN 발행사 등과 협의, 조속한 시일 내에 ETN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관련 ETN 상품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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