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인 NCAA 진출 4호 이현중 인터뷰
하승진 이어 한국인 2호 NBA 진출 꿈꾼다
NCAA 데이비슨대의 이현중. /본인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미국프로농구(NBA)의 정상급 가드 클레이 톰슨(30ㆍ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을 닮고 싶어요.”

한국 농구 선수 중 이은정(57), 최진수(31), 신재영(28)에 이어 역대 4번째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에 진출한 이현중(20ㆍ데이비슨대 1학년)은 8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확고한 롤모델을 밝혔다. 그는 당초 톰슨의 모교인 워싱턴주립대 진학을 고려했지만, 고민 끝에 데이비슨대를 택했다. “워싱턴주립대보다 데이비슨대 플레이 분위기가 더 이기적이지 않고 저와 맞는 농구를 구사했다”고 이유를 전했다. 데이비슨대는 스테판 커리(32ㆍ골든스테이트)의 모교이지만, 이현중은 톰슨을 더 닮고 싶어한다.

톰슨은 훌륭한 3점슛 능력(통산 성공율 41.9%)과 수비력을 모두 갖춘 선수다. 이현중은 “멘탈이 정말 좋다. 상대가 도발해도 묵묵히 자신 있게 슛을 쏘며 수비도 잘한다. 골든스테이트 경기와 톰슨의 움직임을 유튜브로 챙겨 본다”고 털어놨다.

◆남다른 농구 DNA

이현중은 우월한 농구 DNA를 물려 받았다. 아버지는 고려대와 실업 명문 삼성전자에서 선수로 뛴 이윤환(54) 삼일상고 농구부장이고, 어머니는 1984년 LA 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리스트인 성정아(54) 수원 영생고 예체능부장이다. 누나 이리나(24) 씨는 16세 이하 여자농구 국가대표 출신으로 지금은 경희대 스포츠의학과에 재학 중이다.

이현중은 5세 때부터 프로농구를 애청했다. 6세 때부턴 성인이 갖고 노는 농구공으로 농구를 했으며 8세 땐 초등학교 농구부에 들어간 누나 곁에서 슈팅 연습을 했다. 그는 “5살 때부터 농구 선수를 꿈꿨고 11세 때 매산초 농구부에 들어가면서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며 “초등학생 때까진 가드 수준의 키였는데 중, 고등학생 때 1년에 키가 8cm씩 자라 지금의 키(202cm)가 됐다”고 했다.

이현중은 2017년 6월 중국에서 열린 NBA 캠프에 참가했다가 관계자의 눈에 띄어 NBA 아카데미 제의를 받았다. 호주 캔버라의 NBA 아카데미에서 농구를 배운 그는 2018년 8월 태국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18세 이하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에서 평균 26점을 넣고 득점왕에 올랐다. 그는 “강한 상대와 겨루면 강해진다는 말이 있다. 해외 선수들과 맞붙다 보니깐 몸싸움도 이전보다 강해진 느낌이다. 세계적으로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서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고 계기를 전했다. 특히 한국 농구와 미국 농구의 차이를 설명했다. 이어 “한국과 달리 개인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밥 맥킬롭(70) 감독님께서 특정 전술 패턴에 관해 제안했을 때 선수들이 의견을 내놓으면 상황에 따라 고쳐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예습과 복습이 철저한 시스템이다. 이현중은 “비디오 미팅을 하는데 경기 전엔 상대 분석을 40분 정도 하고, 경기 후엔 또 경기 분석을 하며 보완점을 짚어본다”며 “한국과 달리 체력 운동을 따로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대신 5 대 5 연습 경기를 통해 체력과 수비, 농구 전술적인 부분을 동시에 훈련한다”고 설명했다.

이현중(가운데)이 아버지 이윤환(왼쪽) 씨, 어머니 성정아 씨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정아 씨 제공

◆철저한 자기 분석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그는 현지의 스테이크와 햄버거 등은 즐겨 먹으며 쉽게 적응했다. 이번 정규 시즌 28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20.9분을 뛰면서 평균 8.4득점 3.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주의 신인’에도 2차례나 선정됐다.

그는 “볼 없는 움직임이 좋아진 것 같다. 캐치 앤 슛 위주로 했는데 이제는 수비가 붙어도 스스로 떨어뜨리며 슛을 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포지션 대비 키가 조금 큰 편이다. 리바운드 능력은 괜찮은 수준 같은데 그래도 몸이 약하다 보니 몸을 키워서 리바운드를 더 확실히 잡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운동능력은 미국에선 완전 하위권이다. 저보다 키가 작은 선수들도 윈드밀 덩크를 한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고백했다. 팀에 대해서도 “뉴질랜드 출신의 장신 선수가 들어왔다. 저도 발전해서 내년엔 팀이 ‘3월의 광란(NCAA 68개 대학 출전 토너먼트)’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현중이 올 시즌 NCAA 디비전1 애틀랜틱10 콘퍼런스 이주의 신인에 선정된 모습. /데이비드슨대 SNS

“어머니의 승부욕을 닮고 아버지로부터 슛 자세를 많이 배웠다”던 이현중은 2004년 NBA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에 입단한 하승진(35ㆍ은퇴)에 이어 한국인 2호 NBA 리거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톰슨 뿐 아니라 루카 돈치치(21ㆍ댈러스 매버릭스), 문태종(45ㆍ은퇴)도 이현중에게 동기를 부여해준 선수들이다. 이현중은 “돈치치는 저보다 불과 한 살이 많은데도 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며 “문태종 선수의 경우 슛을 닮고 싶어서 훈련을 어떻게 하는지 기사를 찾아본 적도 있다”고 얘기했다.

약 한 달 전 귀국한 그는 오전에 웨이트트레이닝 2시간을 소화하고, 오후에는 모교 삼일상고에 가 수업녹화방송을 듣고 다시 야간에 2시간 훈련을 하고 있다.

‘NBA 입성을 위해 가장 보완해야 할 점이 어떤 부분인가’라고 묻자 그는 “몸싸움에 불리해서 일단 체구가 커져야 할 것 같다. 웨이트 측면을 남들보다 2~3배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몸이 커지면 수비력도 더 좋아질 것 같다”며 “공격에선 패턴을 다양하게 구사해 수비수가 막기 어려운 선수가 돼야 한다. 또 저는 슛이 강점이니 그걸 극대화해서 관계자들의 눈에 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현중은 “좋은 팀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NBA에 갈 수 있는 건 아니고 운도 따라야 한다. 1학년 때 잠잠하다가 2학년 때 갑자기 잘해서 드래프트되는 경우도 있다. 노력과 운, 멘탈의 차이인 것 같다. 단기적으론 내년 2학년 때 팀 내 키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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