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역사는 위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는 도전과 응전으로 어떤 위기도 극복해 왔다. 인간은 대재앙과 거대한 위기의 ‘블랙스완’이 닥칠 때 마다 후세에 기억되는 역사적 사건을 현재로 소환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과거에 묻혀있던 ‘판데믹(전염병 대유행)’의 기록이 재조명 받고 있다. 역사가 기술되어 전해지기 시작한 이후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 ‘판데믹’의 대명사가 ‘흑사병’이다. 14세기중반 ‘흑사병’이 창궐하면서 유럽인구 3분의 1이 사망했다. 전염병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에 인간은 대재앙 앞에 무참히 쓰러져야 했다. 

하지만 인류는 이러한 희생과 아픔을 혹독하게 치룬 대가로 신중심에서 인간중심의 세계관으로 바뀌는 ‘르네상스 시대’를 태동시켰다. 또한 인구수의 급감으로 줄어든 노동력을 대체하는 기술혁신을 불러와 근대사에서 산업혁명을 이끌었다. 대재앙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역설적인 ‘긍정의 산물’인 것이다. 이제 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나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아직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이미 사람들의 눈은 그 이후에 가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이제 코로나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인 AC(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실제 연호기점을 바꾸자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만큼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올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강조한 상징적 표현이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미래에 대한 변화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패러다임의 전환(Shift)’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패러다임’이란 용어를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나 인식체계 정도로 가볍게 치부하곤 한다. 하지만 ‘패러다임’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미국의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토머스 쿤’은 그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패러다임’을 이렇게 정의한다. “한 시대를 지배하는 과학적 인식·이론·관습·사고·관념·가치관 등이 결합된 모범적인 틀이나 총체적 집합체”라고. 세계관의 변화와 같은 혁명적인 변혁이 이른바 ‘패러다임 전환'인 것이다. 

지금 세계석학들은 코로나19이후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재편될 세계질서에 대비하라고 경고한다. 우리사회는 이미 ‘언택트 문화’, ‘재난기본소득’, ‘재택근무’, ‘온라인수업’, ‘사회적 거리두기’등의 낯선 일상을 역설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수많은 일상의 작은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새로운 영역이 만들어지고, 그와 맞물린 세상의 톱니바퀴가 새로운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코로나19의 고통을 치르면서 긍정적 변화를 추구해야 할 시점이다. ‘탓’이 아니라 ‘덕분’이라는 미래를 향한 긍정적 감정이 필요하다. 어쩌면 인류가 ‘팬더믹’에서 배워온 역사적 교훈일지 모른다. 

이런 차원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일 그룹 창립 67년 기념사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일컫는 ‘딥체인지’의 역설은 이즈음 우리 사회전반에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다. 최 회장은 “코로나19 위기이후에 펼쳐질 시대적 커다란 흐름과 변화를 읽지 못하면 운 좋게 생존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기업의 환경이나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이전과 크게 바뀔 것이기 때문에 사고와 일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위기와 변화에 대응하는 길잡이(Pathfinder)로서의 통찰력과 리더십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최 회장의 언급처럼 코로나19가 끝나갈 때 우리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위해 기존의 익숙한 것들과 고별해야하는 ’패러다임의 전환기‘을 맞이할 것이다.        

이치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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