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코로나③] 경영난 겪는 방송계, 집단감염 우려에 열악한 노동환경까지 '비상사태'
[애프터코로나③] 경영난 겪는 방송계, 집단감염 우려에 열악한 노동환경까지 '비상사태'
  • 최지연 기자
  • 승인 2020.04.14 01:05
  • 수정 2020-04-13 14:59
  • 댓글 0

[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영화와 공연 업계가 타격을 입은 데 반해 방송계는 선방하고 있는 추세였다. 야외 활동 대신 TV나 VOD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시청률은 상승했기 때문. 하지만 몇 달째 지속된 코로나19로 지상파 방송사는 경영위기를 맞았고 방송계 종사자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 노출됐다.

■ 집단감염 우려

걸그룹 에버글로우가 소속된 위에화엔터테인먼트 스태프는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위에화 측은 "당사 소속 스태프 중 1명이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그룹 에버글로우 또한 검사를 진행했으며 멤버들은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역학조사에 따라 접촉 가능성이 있는 스태프들도 검사를 진행해 일부 음성을 받았다. 일부는 현재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멤버들은 정부 및 관련 기관의 방역지침에 따라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에버글로우가 SBS MTV '더쇼'에 출연했을 당시 대기실을 같이 사용한 래퍼 키썸도 뜻하지 않은 자가격리에 돌입했다. 키썸 소속사 퍼스트원엔터테인먼트는 "키썸은 지난 3일, 2주 전 '더쇼'에 함께 출연한 에버글로우 스태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키썸은 같은 대기실을 배정받아 사용했기에 관련 스태프 전원 코로나 검사를 진행,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에버글로우 스태프의 확진 판정은 '더쇼'에 출연한 온 가수에게로 퍼졌다. 함께 출연했던 드림캐쳐와 MC를 맡은 김민규, 더보이즈 주연 역시 선제적 조치로 코로나19 관련 검사를 받았고 전원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더불어 올리브 '밥블레스유2' PD가 미국으로 휴가를 다녀온 후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Cj ENM 사옥 전체가 폐쇄되기도 했다. CJ ENM은 "'밥블레스유2' 프로그램 제작진 중 주니어급 PD 한 명이 지난달 2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확진 당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전체를 폐쇄하고 긴급 방역을 실시했다. 방송은 2주간 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사옥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대탈출3',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과 올리브 '오늘은 뭐 먹지?' 등의 프로그램이 휴방했다. 사옥 폐쇄로 인한 조치였다.

이처럼 방송계의 집단 감염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음악방송과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촬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한 드라마 관계자는 "촬영 현장에서 마스크 필수 착용과 손 소독제 사용, 현장 입장 전 체온 측정 등의 예방을 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경각심이 줄어들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촬영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코로나 예방 정도도 다르다. 체온을 측정하는 곳도 있지만 아닌 곳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 코로나19 신고센터 개설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휴방을 결정하거나 촬영 중단을 결정하면서 방송계 종사자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이에 코로나19를 이유로 무급 휴직을 지시받거나 방역 대책 없이 촬영을 강행하는 사례를 신고하는 센터가 개설됐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신고센터 개설과 함께 방송사와 제작사의 동의 없는 일방적 무급휴직 중단, 코로나19 방역 대책 없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 중단, 표준 근로 계약서 작성과 4대 보험 가입을 비롯한 노동 환경 개선 대책 시행을 촉구했다.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가 발표한 '비정규직(프리랜서) 방송계 종사자 노동 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참여한 821명 방송 노동자 가운데 249명이 코로나19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밝혔고 불이익 중 가장 많은 것은 무급휴직(34.94%/87명)이었다. 다음으로 많은 응답이 보호장비 미지급, 재택근무 거부 등의 불이익으로 22.89%(57명)에 달했다. 기타 답변 중 마스크 지급을 요청해도 (방송사나 제작사가) 지급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특집 프로그램으로 휴무 없이 일한다,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출근을 강요당한다는 답변도 나와 열악한 노동 실태를 드러냈다.

한빛미디어센터는 "대다수 방송 노동자들은 프리랜서 용역 계약을 맺고 회차에 따라 보수를 받는데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않으면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코로나19 사태에서 방송 노동자에게 피해를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 스태프 가운데 한 명이 코로나19 증세를 보이자 촬영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빛미디어센터는 "이 사건은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국면에서 방송 노동자가 놓인 환경이 무척 열악하고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노동자는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되고 어떤 노동자는 방역 대책 없이 촬영장에 투입되고 있다"며 "방송사는 제대로 된 대응책을 제시하기보다 이해 관계를 위해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경영 위기 맞은 지상파

지상파 방송 3사가 코로나19로 인한 광고 매출 급락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의 시급한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 사장단은 지난 2일 목동 한국방송협회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광고 매출 급락 등 대응책을 논의하고 정부의 긴급 지원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어 한국방송협회(방송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경제가 얼어붙으며 예상 광고매출 대비 40% 가량의 광고 물량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는 위기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방송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얼어붙은 국내 경제가 지상파 방송을 견디기 힘든 가혹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며 "오랜 기간에 걸쳐 탈출구 없이 어려움만 가중되어 오던 지상파 방송은 이번 사태로 한계 상황에 다다랐고 이제 일촉즉발에 가까운 붕괴 위기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방송협회는 지상파방송사가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특별재난방송을 편성해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인포데믹(정보감염증)이 만연하기 쉬운 사회적 혼란 속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방송협회는 정부에 지상파 중간광고 즉시 이행, 한시적으로라도 방송통신발전기금 50% 경감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이들 조치는 지상파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사안이면서 동시에 현 지상파 경영상황에 즉각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책이기도 하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는 방송계에도 피해갈 수 없는 비상사태를 초래했다. 광고 매출 외에 다른 매출을 늘리기 위해 각종 플랫폼을 이용한 방송 클립이나 비하인드 영상 등을 추가로 공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 등의 OTT 서비스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 여의치 않다.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콘텐츠의 다양화를 통해 해외 OTT 서비스에 집중된 시청층을 다시 붙잡으려고 하고 있지만 심의 등의 이유로 다양화하는 데 한계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예전 프로그램 다시 보기 등으로 프로그램 재활용도 시도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분일 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사 같은 경우 광고 매출에 방송 경영 전반을 의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코로나19 여파로 각 유통계가 어려워지면서 광고가 줄어들었다"며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OSEN, 올리브 '밥블레스유2' 포스터, 각 방송사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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