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강한빛 기자] “항공업계가 도미노식 도산을 눈앞에 두고 있는 현실에서도 자구책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부 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정책결정권자의 복지부동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최현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사기로에 놓인 항공업계가 청와대 앞에 모였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는 위기를 극복 할 수 없다며 대대적 금융지원 호소에 나섰다.

지난 14일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과 전국연합 노동조합연맹 소속 30여 명은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위기의 항공산업, 신속한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항공업계 노동조합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한민국 조종사 노조 연맹은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와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등 국내 7개 조종사 노조가 모여 만든 단체로, 전국연합 노조연맹은 지상조업사인 한국공항 노조와 EK맨파워 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항공·공항 산업은 직접고용 8만여 명, 연관 종사자 25만여 명에 달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며 인천공항의 발전과 함께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인천공항은 이용객이 95% 이상 감소해 공항이 아닌 항공기 주기장 역할을 하는 처지가 됐고 각 항공사는 적자에 허덕이며 전 직원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국책은행을 통한 금융지원,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 보증, 세금 감면, 임금보조금 지급 등 현재 위기 상황에서 항공사들이 버텨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최현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은 “현재 대한항공을 비롯해 많은 항공사는 국민들의 관심과 국가의 도움 없이는 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날개가 꺾이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의지와 노력에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미국, 프랑스 등 해외의 지원 규모를 언급하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코로나19로 항공산업이 흔들리자 각국은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 74조, 프랑스 60.5조, 독일 무한대, 싱가포르는 16.5조 등 항공사에 대한 대출 지원과 직접 보조금, 세금 면제까지 전방위적인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월 저비용항공사(LCC)에 3000억원의 지원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이 지원책엔 대형항공사(FSC)가 빠져있어 업계는 추가지원책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항공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금융지원을 시작해야 한다”며 “국책은행을 통한 금융지원,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보증, 세금 감면, 임금보조금 지급 등 현재 위기상황에서 항공사들이 버텨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이스타항공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도 호소했다. 이스타항공은 한 달간 '셧다운'에 돌입한 데 이어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있다. 전체 직원의 18% 수준인 300명 내외의 인력을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 현재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이스타항공의 실질적인 오너는 총선에 출마하고, 오너 가족은 지분 매각으로 현금을 챙기며, 정부는 대출을 막고 구조조정을 부추기고, 아무 잘못 없는 직원들만 회사에서 쫓겨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오너 일가의 책임과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다.

기자회견문에는 ‘특별고용지원업종’을 지상조업협력사까지 적용하는 대책 마련안도 포함됐다. 조상훈 한국공항 노조위원장은 "공항은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수준을 지나 5월 골든 위크 시즌에 항공권 취소 사태 일어나면 항공사가 도산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가장 어려운 지상조업협력체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선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항공사 휴업사태 장기화에 따른 조종사 자격유지 조건 한시적 완화 ▲전국 ‘공항지역’에 근무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해고제한법’ 시행 촉구 등의 내용도 기자회견문에 포함됐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최근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전 직원의 70%에 대해 6개월 간 휴업을 결정한 바 있다. 

강한빛 기자 onelight@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