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NC 파크.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조심스러운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 프로야구에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이제는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도 주목하는 KBO 리그가 5월 초 개막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캠코양재타워에서 정운찬(73) KBO 총재, 류대환(57) 사무총장과 10개 구단 사장이 참석하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시즌 개막 및 주요 사안을 논의했다. 

KBO는 지난 7일 이사회(단장모임)에서 21일 연습경기 시작ㆍ5월 초 개막 안에 잠정 합의했다. 실행위와 달리 이사회는 의결기구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애초 이날 구체적인 개막 일자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KBO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기간이 끝나는 19일 이후 확진자 추세 등을 판단해 21일 이사회에서 개막 일정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회의는 오후 1시를 넘겨서 끝이 났다. 장시간 회의에도 KBO가 개막일을 확정하지 못한 이유는 정부의 지침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수 일째 50명 미만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부는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개막일을 정하기엔 부담이 컸다. 이날 이사회 후 브리핑에 나선 류대환 사무총장은 “정부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아직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개막일을 잡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이 된다면 결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개막 날짜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5월 초 개막 준비 작업은 본궤도에 오른다. 팀 간 연습경기(교류전)가 21일부터 진행된다. 연습경기는 21일부터 27일까지 팀당 4경기씩 총 20경기가 편성됐다. 인접한 팀끼리 숙박 없이 당일치기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일정을 짰다. 교류전은 무관중 경기로 열릴 예정이다. KBO는 “정규시즌 개막일이 확정되면 추가로 조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반길 만한 소식이다. 긴장감이 떨어지고 지루한 자체 연습경기만 치러 온 각 팀은 ‘미니 시범경기’를 소화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한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선수단이 많이 지쳐 있는 상황이다. 팀 간 연습경기가 시작되면 다른 팀 전력과 우리 팀의 보완점을 파악할 수 있어 시즌 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첫발을 내디뎠으나 5월 초 개막이 실현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현 시점에선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다. 앞으로 2주가 고비다. 정세균(70) 국무총리는 13일 "이번 주 후반에는 그간 진행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성과를 평가하고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연장하지 않고,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하면 KBO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등교 개학 시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교육부는 13일 코로나19 확산 추세를 고려해 등교 수업과 원격 수업의 병행 시기와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유은혜(58) 부총리는 최근 등교수업 병행 시점을 4월 말로 예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선 “시가상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등교 개학은 프로 스포츠 리그 정상화의 ‘가늠자’다. 등교 개학 시점이 4월 말 혹은 5월 초로 결정되면 KBO도 명분이 생긴다. KBO가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변수도 고려해야 하지만, 내부 통제가 먼저다. 프로야구계에서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모든 노력이 수포가 된다. KBO와 구단들은 선수들의 감염을 막기 위한 방역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한편,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 KBO 리그 경기가 생중계 될 가능성이 생겼다. 미국 스포츠가 ‘셧다운’된 상태여서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한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이 한국 야구에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냈다. ESPN은 KBO 리그 중계권 구매에 대해 문의한 상태다. KBO는 KBO 리그만의 독특한 응원문화 등 한국 프로야구를 세계에 알릴 기회라고 판단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KBO가 5월 초 개막을 확정하면, ESPN의 KBO리그 중계권 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4일 만난 KBO 고위관계자는 “미국 ESPN과 KBO 해외 판권을 보유한 대행사가 지난주부터 논의하고 있다. KBO 리그의 수준은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레식(WBC)을 거치면서 충분히 입증됐다고 생각한다”면서 “KBO 리그의 응원 문화 등을 알릴 좋은 기회다. 협상이 잘돼서 미국에 KBO 리그가 중계된다면 좋은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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