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영과 이재영은 지난 시즌까지 맞대결을 펼쳤다.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이다영(24)이 올리고 이재영(24)이 때린다. 대표팀 경기 때 자주 연출됐던 장면을 다음 시즌부터는 V리그 경기서도 볼 수 있다. 흥국생명이 이재영-이다영 자매를 한꺼번에 품으며 왕조 재건의 기틀을 마련했다.

흥국생명 구단은 자유계약선수(FA)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와 계약했다고 14일 발표했다. 3년간 레프트 공격수 이재영에게 연봉과 옵션을 합친 총액 6억 원, 세터 이다영에게 4억 원을 각각 보장하는 조건으로 도장을 찍었다. 이재영은 연봉 4억 원과 옵션 2억 원을, 이다영은 연봉 3억 원과 옵션 1억 원을 받는다. 이재영은 “저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구단에 감사하다. 좋은 성적으로 응원해준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다영은 “언니와 함께 뛰는 것도 저에게는 큰 의미이지만 박미희 감독님의 리더십과 흥국생명만의 팀 분위기가 이적을 결심하게 한 가장 큰 이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흥국생명은 이번 여자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최대어인 이재영을 눌러앉힌 데 이어 국가대표 세터인 이다영을 영입해 단숨에 다음 시즌 우승후보 1순위로 떠올랐다. 흥국생명 구단은 “무엇보다 승부처에서 해결사와 무게중심을 잡아 줄 선수가 동시에 필요했다. 이번 영입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인 구단의 진심이 통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라 계약 배경을 전했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자타공인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다. 국가대표 세터 출신인 김경희(54) 씨의 딸인 이재영과 이다영은 전주 중산초등학교, 경해여중, 선명여고에서 내내 함께 뛰었다.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각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아 처음으로 이별했다. 

이후 이들은 한국 여자배구의 간판선수로 성장했다. 이재영은 김연경의 뒤를 잇는 차세대 거포로 발돋움했다. 데뷔 시즌부터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며 2014-2015시즌 신인왕을 시작으로 2016-2017시즌, 2018-2019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2018-2019시즌 챔피언결정전 MVP에 올랐다. 180cm의 장신 세터인 이다영은 대표팀 주전 세터로 성장했다. 2017~2018시즌부터 주전 세터를 맡은 그는 타고난 운동능력에 명세터 출신인 이도희(52) 현대건설 감독의 지도로 기량이 급성장하며 리그 대표 센터로 자리 잡았다. 두 선수는 지난해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와 도쿄올림픽 예선,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흥국생명서 함께 뛰게 된 이재영(왼쪽)과 이다영. /흥국생명 제공

프로에 입단할 때부터 “기회가 된다면 같은 팀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던 쌍둥이 자매는 바람대로 같은 팀 유니폼을 입고 꿈을 펼치게 됐다. 둘은 FA 계약을 마친 뒤 "시너지 효과를 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슈퍼쌍둥이의 합체는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과거 김연경(32·터키 엑자시바시), 한송이(36·KGC인삼공사)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활약한 흥국생명은 ‘미녀군단’으로 불리며 프로배구 초창기 흥행을 주도했다. 흥국생명은 현재 여자배구의 최고 스타인 이재영, 이다영과 계약으로 여자배구 최고 인기 구단으로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뛰어난 실력에 스타성을 겸비한 쌍둥이 자매는 여자배구의 ‘흥행 메이커’ 노릇도 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두 선수가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맞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큰 화제를 모았다. 이재영과 이다영이 같은 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은 배구팬들에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14일 본지와 통화에서 “리그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성적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흥행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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