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경 전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왼쪽)과 이용 평창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총감독이 21대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15일 끝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체육인들이 대거 당선됐다. 19대(2012~2016년) 때 처음으로 '사라예보 탁구영웅' 이에리사(66) 의원과 '태권도 영웅' 문대성(44) 의원 등 2명의 엘리트 체육인이 금배지를 단 바 있지만 20대(2016~2020년)에는 현장 출신 체육인은 단 한명도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21대에선 임오경 전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을 비롯해 이용 전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총감독 등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600만 체육인의 염원을 담아 국회의원이 된 이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 금메달 이어 생애 첫 금배지 단 스포츠스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임순례 감독·2008년 작품)의 주인공 임오경 전 서울시청 핸드볼 감독은 체육인 중 유일하게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1월 말 더불어민주당 15호 외부영입 인재로 이름을 올린 그는 바늘구멍 통과보다 어렵다는 공천을 받아냈다. 이후 여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경기도 광명갑 지역에서 생애 첫 금배지 도전에 나섰고, 마침내 '국회의원 임오경'으로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었다. 
 
한체대 출신 임오경 당선인은 2017년 대선 당시 '체육인 2000명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에 적극 나서며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하마평에 오르는 등 체육현장에서 여성체육인의 역할 증진 등을 위해 활약했다. 그는 광명시에 '스포츠문화국제도시'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고 광명 스피돔과 연계한 스포츠테마파크 조성, 국제 스포츠 이벤트 유치, 스포츠산업종합지원센터 건립 등을 약속했다. 
 
불모지나 다름 없던 한국의 썰매 종목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린 이용 전 봅슬레이·스켈레톤국가대표팀 총감독도 국회의 문을 통과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 후보로 비례대표 18번 순위를 배정 받았고,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이 19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면서 '국회의원'이 됐다. 그는 "현장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정치로 이끌었다"며 "스포츠 현장을 바꾸는 가장 가까운 길은 정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용 당선인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스켈레톤 윤성빈의 금메달, 봅슬레이 4인승 은메달을 빚어낸 한국 썰매 종목의 선구자다. "인기종목, 스타에 의존하는 꿈나무 육성, 선수 지원 시스템의 혁신, 체육재정 자립을 위한 정책, 도쿄올림픽 적극 지원" 등을 공약했다. 이어 "이에리사 의원님이 19대 때 추진하다 무산된 체육인복지법도 꼭 통과시키겠다"며 "체육인을 위한 일은 뭐든지 하겠다. 체육만 바라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반면 이용 당선인과 함께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23번을 받은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코치는 낙마했다. 김은희 코치는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코치를 상대로 끈질긴 싸움 끝에 17년 만에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안민석 의원, 도종환 전 문화체육부 장관, 김영주 의원(왼쪽부터)이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연합뉴스 

◆ 엘리트 체육인은 아니지만… 희비 갈린 '준체육인'
 
금메달리스트 출신은 아니지만 입법·행정부와 소통하며 체육 발전에 이바지했던 '준체육인'의 희비는 엇갈렸다. 학교체육, 생활체육 활성화, 스포츠 혁신 등 문재인 정부의 주요 체육정책 입안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54)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지역구인 경기도 오산에서 꿈의 5선을 달성하며 중진의원으로 새로운 입지를 다졌다. 
 
또한 농구선수 출신으로 1972년 실업명문 서울신탁은행에 입단해 선수 생활을 하다 은퇴 후 서울신탁은행 노조 간부를 거쳐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주(65) 당선인은 서울 영등포갑에 출마해 꽃목걸이를 목에 걸며 4선에 성공했다. 김영주 당선인은 20대 국회에서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협업해 은퇴선수 일자리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당선인은 청주흥덕 지역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 해양수산부 장관과 충북지사,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거친 정우택 미래통합당 후보를 따돌리고 금배지를 달았다. 
 
낙마의 고배를 마신 이들도 있다. 용인대 체육학 학·석사 출신 '태권도 9단' 이동섭(64) 전 의원은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노원을에서 재선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하는 등 '국기' 태권도의 법제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체육인 가족으로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과 조재호 전 카바디대표팀 총감독의 동생 조재희(61)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정책위 부의장이 있다. 조재희 부의장은 서울 송파갑에서 생애 첫 국회 입성을 노렸지만 미래통합당 김웅 당선인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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