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강렬한 인상파 배우가 탄생했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주연만큼이나 진한 여운을 남긴 배우. 바로 지현준이다. 지현준은 SBS '하이에나'에서 이슘 그룹의 승계 절차를 밟고 있는 재벌 3세 하찬호로 분했다. 선민의식을 바탕으로 갑질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방황하기도 하며 다양한 감정선을 선보였다. 이에 지현준은 "아직도 (하찬호가) 보고 싶다. 일은 맡아서 잘하고 있는지 풀려나서 셔츠는 챙겨 입고 다니는지 궁금하다. 앞으로도 잘 지냈으면 좋겠고 기회가 되면 만나고 싶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 아직 하찬호에게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웃음). 그래도 이런 경험을 한다는 게 기분 나쁘지는 않다. 힘들긴 하지만 직업에 따라 감당해야 할 부분이구나 생각한다"

- 하찬호는 상당히 안하무인 한 재벌 3세였다. 연기하는 데 어려운 건 없었나.

"어렵다기보다 이런 재밌고 위태로운 인물을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게 좋았다. 배우로서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모든 과정이 즐거웠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 술이나 약에 취한 모습을 계속 연기했는데 후유증 같은 건 없나.

"후유증은 없다. 기존에 관심이 있었던 역할이었고 언젠가는 이 외모를 갖고 있으면 한 번쯤 찾아올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지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 인물이 가진 고통이나 아픔이 뭔지, 왜 (약을) 하는 건지에 대해 잘 전달하고 싶어서 공부도 많이 했다"

- 구체적으로 어떤 공부를 했나.

"우선 의상은 노 셔츠를 선택했다. 영상을 보다 보니 무언가를 걸치고 있는 걸 불편해하고 답답해한다는 신체적 현상이 있어서 그렇다면 이 안에서 차별을 줄 수 있는 게 뭘까 하다가 노 셔츠를 택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을 주기 위해서 머리는 항상 젖어있는 느낌으로 스타일링했다. 감독님도 '레옹'의 게리 올드만을 얘기해줘서 그 역할을 모티브 삼으려고 많이 찾아보기도 했다"

- 어떻게 보면 악역을 소화하는 것보다 감정 소모가 컸을 것 같은데.

"처음으로 무대가 아닌 곳에서 진한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경험이었다. 무대하고 다르다는 느낌 없이 그렇게 쏟아내고 나니 그 순간에 분위기가 주는 어떤 맛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계기였다"

-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만큼 기억에 남는 장면도 많았을 것 같다.

"김혜수 선배와 조사실에서 했던 신이 기억에 남는다. 정말 찐하게 소통하면서 연기했던 기억이 남아서 각별한 순간이다. 그리고 주지훈과는 코를 눌렀던 신이 기억에 남는다. 지훈이가 잘 받아줘서 그런 것 같다. 또 '우리 충과 함께 일하겠습니까'라고 했을 때 '물론이지'라고 했던 것도 짧지만 기억에 남는다"

- 그럼 김혜수, 주지훈과의 호흡은 어땠나.

"정말 말도 안 되게 유명한 스타들인데도 너무나 편하게 다가와 줬다. 지훈이 같은 경우는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은 걸 배려해서 찍히는 방향을 알려주거나 연기 제안을 해줘서 고마웠고 김혜수 선배는 동선을 바꿔 주기도 하고 '현준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주세요'라고 감독님한테 얘기도 해줬다. 처음부터 끝까지 존중해주고 마음껏 할 수 있게 배려해줬다"

- 연극이나 뮤지컬은 많이 했지만 드라마는 그야말로 도전이었다. 평소에 도전을 즐기는 편인가.

"'하이에나'에 출연하게 된 건 갑자기 찾아온 행운 같은 기회였다. 사실 열심히 준비해도 연극하는 배우가 드라마에 출연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갑자기 기회가 찾아와서 도전하게 됐다. 그리고 평소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억지로 나를 낯선 곳에 두고 나를 비판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안 그러면 내가 옳은 줄 알고 '인생은 이래야 해' '연기는 이래야 해'라고 할 것 같아서다. 그런 것들이 연기할 때 묻어날까 봐 두렵다"

- 그럼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독특한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다. 일상적인데 그 안에 깊게 파고드는 역할 같은 거나 스스로 재밌고 자극될 수 있는 역할을 만나서 성장시키는 역할을 만나고 싶다. 사실 '혹성탈출'이나 히어로물, '드라큘라'의 고뇌, 중년 로맨스 등등 해보고 싶은 건 너무 많다. 해외 진출도 해보고 싶다"

- 앞으로 어떤 배우라고 불리고 싶은가.

"심플하게 배우 지현준이면 딱 좋을 것 같다. 그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정도가 됐으면 좋겠다. 지현준이라는 이름이 주목 받기 보다는 그 역할에 있어서 관객이나 시청자에게 각인이 되는 배우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그럼 마지막으로 앞으로 지현준의 배우 인생을 지켜볼 관객과 시청자에게 한마디 해본다면.

"배우는 혼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무대에 관객이 있듯이 이번에도 여러 댓글을 보면서 많은 걸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뭔가를 전할 수는 없지만 저의 연기를 보고 각자 위로도 받고 응원도 해주는 게 정말 좋았다. 예전에 어느 친한 뇌 과학자가 우리가 눈으로 봤다는 것만큼 거짓말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럼 어떤 것이 진짜냐고 물어봤더니 많은 사람들이 같은 것을 보고 거기에 대해서 각자 얘기하는 게 가장 진실에 가깝다고 의학적으로 얘기한다고 했다. 그런 활동이 연극,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이야기하는 그 자체가 어떤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댓글 같은) 반응들이 더 감사하다는 마음이 든다. 앞으로도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사진=임민환 기자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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