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4.15 총선까지 치러지며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 시스템, 선거 결과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한 소신 발언을 하는 연예인들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정치적 발언으로 이슈가 된 스타들은 표현이나 태도에 거친 부분이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미디어의 흐름이 변화하면서 한 때 터부시 되기도 했던 정치적 발언을 하는 스타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 정치적 발언, 실보단 득?

과거 정치적 발언은 스타들에게 득보단 실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상 특정한 정치색을 노출할 경우 그와 다른 입장을 취하는 이들로부터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열렸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서병수 부산시장 사퇴 및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영화인 1052인 선언' 기자회견 현장.

단적인 예가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했다고 알려진 이 블랙리스트에는 배우 문성근, 김규리, 개그우먼 김미화 등 문화·예술인 30여 명이 속해 있다. 이들은 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탓에 영화나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 무산, 지원 거부, 프로그램 출연 배제 등의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2017년 11월 제기돼, 4월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엔 상황이 바뀌었다. 이명박 정권 이후 약 10년 동안 국내·외 미디어 흐름은 급변했다. TV 등 매스미디어가 아닌 개인 방송이 주류로 부상했고, 연예계 활동 역시 이런 온라인 미디어를 껴안게 됐다. 유튜브, 네이버 등 각종 플랫폼에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스타들도 늘어났다. 방송사로부터 출연 배제를 당하면 대중과 만날 접점이 없던 때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뜻이다. 특정 연예인의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방송에 출연한 내용보다 그가 SNS에 올린 사진이나 글에 대한 기사가 훨씬 많이 나온다. 그만큼 SNS의 비중이 커졌다.

안정훈.

이 같은 분위기가 스타들의 자유로운 의견 표출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출연하고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방송사나 대중에 대한 눈치보기가 줄었다는 것이다. 또 타깃층이 세밀한 온라인 방송의 특성상 어떤 입장을 확실히 하는 게 팬덤을 한 번에 끌어모으고 결속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 방송 출연으로 얼굴을 알린 강용석 변호사의 경우 '보수'를 자처하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 비슷한 정치색을 가진 구독자 약 55만 명을 얻었다. 이 채널에 출연한 배우 안정훈은 "어릴 때부터 부친이 종교와 정치에는 가담하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너무 겁쟁이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이 채널을 보면서 하게 됐다"면서 "내가 일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정훈은 또 강용석과 함께 이 채널을 운영하는 김용호 전 기자가 제작하는 영화 '회충가족'에 캐스팅됐다. 이 영화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이야기를 다룬다.

■ 표현의 자유 좋지만 '막말 논란' 조심해야

스타들의 정치적 발언을 보는 대중의 눈도 달라졌다. 과거엔 정치색을 보이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하는 이들이 많았다면, 점차 그런 스타들이 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면서 정치색과 연예계 활동을 분리해서 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표현의 수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크다.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밝히는 건 문제될 게 없지만, 대중에게 오픈돼 있다는 특성상 아무리 SNS에 적는 글이라고 표현의 세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광.

구피 출신 이승광은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지난 16일 자신의 SNS에 "이게 백의민족 정의나라 황제의 나라인가? 인천, 제주 중국이고 경상도와 전라도는 그렇다 치지만 서울, 경기, 인천, 세종, 대전도 다 전라도? 뭐냐?  아님 조작이냐? 조작 냄새가 너무 나는 대한중국. 진짜 공산주의 사회주의로 가는 건가?"라는 글을 올렸다. '#조작된나라', '#공산주의', '#대깨문 과 함께', '#문수령님', '#개돼지들의나라' 등 해시태그도 다수 붙였다.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현 대통령에 대한 모욕성 발언을 당당히 한 것도 놀라운 상황에서 '개돼지' 등 대중을 비하하는 단어까지 사용한 이 글은 크게 논란이 됐고, 결국 이승광은 SNS 계정을 삭제했다. 그러나 곧 다시 SNS 계정을 연 뒤 "개인 블로그에 쓴 소신 발언이 이 난리인가. 뭐가 무섭다고 아침 댓바람부터 이 난라인가? 이 나라가 그렇게 무서운가? 이 정권이 그렇게 무서운 것인가? 싹수가 노랗다 못 해 인성과 근성이 드러난 것"이라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이승광의 전에 없던 분노 표출에 그의 SNS를 뒤지기 시작했고, 그가 지난 해 11월 4일 "부모님을 전도한 지 12년 만에 드디어 친여동생이 참 하나님을 만났다", "아쉽지만 10만 수료는 못 하네요"라는 글을 썼던 사실을 발견했다. '참 하나님', '10만 수료' 등은 신천지에서 강조하는 용어로, 이승광이 신천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정치적 발언 논란되자 허규가 올린 사과문.

가수 겸 뮤지컬 배우 허규 역시 4.15 총선 당일인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부디 멸공.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허규는 "전 빨갱이보다 친일파가 더 싫어요"라는 한 누리꾼에게 댓글로 "빨갱이한테 당해 봐라. 북한 가서 살든가", "친일파도 민주당이 더 많다"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허규 역시 이 일로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에서 하차하게 됐다.

장미인애의 경우 정치적 발언 논란이 은퇴까지 이어진 사례다. 그는 지난 달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정책에 대해 "짜증스럽다, 정말. 우리나라에 돈이 어디 있느냐. 우리나라 땅도 어디에 줬지? 국민을 살리는 정부 맞나요"라고 이야기했다가 여러 누리꾼들과 설전을 벌였고, 결국 "대한민국에서 배우로 활동하지 않겠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스타들이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되 지혜롭게 표현하는 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OSEN,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영상 캡처, 이승광, 허규 SNS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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