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전자·외교부, 중국 정부 설득 '특별 입국'
배터리라인 증설에 전세기까지 급파
삼성전자 V1 라인.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 속에 전자업계는 신설, 증설 투자를 계획대로 이어가며 위기를 극복 중이다.

배터리 업계는 현지 정부의 특별허가를 통해 준공 계획 차질을 최소화하고 있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도 현재로선 계획 변경은 없다는 입장이다.

19일 관련업계와 외교부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 임직원 200여명이 오는 20일 전세기를 타고 중국으로 출국한다.

이는 삼성과 외교부의 끈질긴 노력 끝에 중국 정부의 이례적인 '특별입국'을 허가받은 것이다. 중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엔지니어들의 코로나19 검사 결과 등 각종 서류를 중국 정부에 보내고 수일간 협상 끝에 입국 허가를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달 26일 비자·거류허가를 가진 외국인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총 150억 달러(약 18조2500억원)를 투입하는 시안 공장 증설을 본격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다.

지난달 초 첫 가동한 시안 제2공장은 현재 양산 준비를 끝내고 2단계 투자를 앞두고 있다. 3차원 구조로 만든 'V-낸드플래시'가 생산된다.

또 삼성전자는 국내 평택 2기 라인도 연내 가동 예정이며, 평택 극자외선(EUV) 전용라인은 올 하반기 가동된다.

SK하이닉스도 경기 이천 M16 공장을 올 하반기 준공할 계획이고,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중국 합작 공장은 2분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안 2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無錫) 공장의 장비 셋업은 약 3주 정도 지연된 바 있으나 연초 설비 투자 계획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3% 줄어든 수준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적자 탈출이라는 과제를 떠안은 LG디스플레이는 해외 공장에 기술 인력을 급파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힘쓰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중국 광저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장에 임직원 290여명을 특별 입국시켰다. 1분기 내 양산 준비 목표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일정을 앞당겨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베트남 OLED 모듈 공장에 엔지니어 300여명을 전세기로 급파해 설비 개조 작업에 투입했다. 현지 공장 추가 생산라인에 대해서도 현재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국내 충남 아산사업장에 구축 중인 QD(퀀텀닷) 디스플레이 생산라인 가동 일정만큼은 사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대형 LCD 패널 사업을 내년부터 중단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투자계획 변경은 없다"면서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실적 악화에 따른 재무 부담으로 투자 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동유럽 배터리 공장의 준공 일정을 맞추기 위해 현지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 기술자들을 파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지연된 투자계획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LG화학은 연말까지 폴란드 배터리 공장 생산능력을 올해 초의 2배로 끌어올릴 계획이고, SK이노베이션도 헝가리 2공장을 내년 상반기에 준공하고, 1공장은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LG화학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공장을 올해 중순 착공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잦아들지 않고 있지만, 오히려 GM 측이 테슬라 견제를 위해 착공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도 EVE에너지와 합작한 중국 제2공장인 옌청(鹽城) 공장을 올 하반기 완공 목표로 건설 중이고, 미국 조지아 1공장도 1단계 공사를 내년 하반기 완공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시장 상황에 따라 해외 공장 증설을 결정하는 만큼 당분간 수요가 다소 정체된 유럽 공장에서 신중한 투자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업체들은 배터리 3세대 프로젝트를 한창 발주 중"이라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자금 조달 시장 악화로 신규 투자가 미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상반기를 넘어서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불확실성 증가와 재무 부담에 따른 투자 계획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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