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선수협, 연맹에 논의 제안
연맹 논의 대환영 뜻 밝혀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 세계 프로스포츠 산업이 얼어붙었다. 갑작스러운 리그 중단 또는 개막 연기로 스포츠 업계가 받은 타격이 크다. 이 같은 분위기에 화두로 떠오른 건 임금 삭감이다.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해 수입이 감소한 만큼 선수, 직원, 임원 등 업계 관계자들의 급여를 일부 차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는 이미 선수단 연봉을 70% 삭감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FC도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시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선수단 연봉을 12.5% 줄일 계획이다. 미국프로농구(NBA)도 다음달부터 월 단위 지급 임금의 25%를 삭감하는 데 선수노조와 합의했다. 이처럼 전 세계 프로스포츠가 생존을 위해 선수들의 임금 지급 기준을 제한하는 가운데 한국 프로축구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8일 임원과 직원의 임금을 각각 20%, 10% 반납하는 데 결의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프로축구를 운영하는 두 기관이 먼저 임금 삭감 흐름에 동참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자연스레 선수단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어졌다. 그러자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먼저 나섰다. 선수협은 14일 이사 14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상 회의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코로나19로 떠오른 K리그 전체 선수들의 임금 삭감 문제를 안건으로 놓고 논의했다.

이근호(35ㆍ울산 현대) 회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손실부터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주호(33ㆍ울산) 부회장도 일부 K리그 구단이 선수들의 급여를 삭감해 기부한 것을 언급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강요가 있어선 안 된다”고 힘주었다. 김훈기(33) 사무총장은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축구연맹(AFC) 등 국제기구는 선수들의 계약이 가장 먼저 보호돼야 한다는 공통된 입장을 보인다”며 “선수 동의 없는 삭감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박주호 부회장 의견과 궤를 같이했다.

자칫 세계 축구계 흐름 때문에 국내 선수들이 타의로 임금을 삭감 당하는 일이 일어나는 걸 사전 방지하자는 게 선수협의 공통 의견이다. 외부에선 간단히 해결할 문제로 보이지만 정작 현역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건 전혀 다른 상황이다. 연봉이 비교적 낮은 신인 또는 어린 연차 선수들에게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선수들에겐 축구가 곧 생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로 선수협은 연맹과 구단이 선수단에 강요하기보다 양측이 원만하게 협의를 거친 뒤 올바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17일 “연봉 삭감 등 문제에 연맹 및 각 구단 관계자와 공식적인 논의 장을 갖자”고 제안했다. 연맹이 선수협에 곧바로 화답했다. “합리적이면서도 실효성 있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선수협과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무기한 개막 연기로 연맹, K리그1 12개 구단, K리그2 10개 구단이 입을 예상 손실액은 575억 원에 달한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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