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시즌 프로농구 국내 선수 MVP에 선정된 부산 KT 소닉붐의 허훈. /KBL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부자(父子)지간이 최우수선수상(MVP)을 거머쥐게 돼 뜻 깊고 기분이 좋다.”

프로농구 부산 KT 소닉붐의 가드 허훈(25)이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MVP로 선정된 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수상은 아버지 허재(55) 전 국가대표 감독의 현역 시절 리그 플레이오프(PO) MVP 선정에 이은 농구 대통령 일가의 또 다른 쾌거다.

◆MVP 수상 비결은 ‘임팩트’

허훈은 2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총 111표 가운데 63표를 획득해 47표를 받은 원주 DB 프로미 센터 김종규(29)를 제치고 생애 첫 정규리그 MVP의 영예를 안았다. 허훈은 김종규 등을 따돌리고 MVP를 수상하게 된 비결에 대해 “아무래도 뭔가 팬들에게 보여주는 강인함이나 임팩트가 있었다. 많은 분들께서 제 플레이를 보고 좋아해주셨다”고 짚었다.

허재 전 감독의 차남인 허훈은 용산고와 연세대 출신으로 2017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T에 지명돼 올해 3번째 시즌을 소화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35경기에 출전해 평균 14.9득점(국내 선수 2위) 7.2어시스트(전체 1위)를 기록했다. 3점슛 성공은 경기당 2.0개로 전체 7위에 올랐다. 올스타 팬 투표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실력과 인기를 모두 갖춘 선수로 평가 받았다.

허훈은 특히 지난해 10월 DB를 상대로 3점슛 9개를 연속으로 성공하며 한국농구연맹(KBL) 타이기록(조성원 명지대 감독)을 수립했다. 지난 2월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선 24득점 21어시스트로 KBL 최초로 단일 경기 ‘20(득점)-20(어시스트) 이상’을 작성했다.

◆KBL 뒤흔든 ‘허 씨 형제’

허훈은 아버지도 해내지 못했던 ‘프로농구 정규리그 MVP'를 거머쥐며 새로운 농구 대통령의 탄생을 알렸다. 허재 전 감독은 1997-1998시즌 PO MVP를 수상했지만 정규리그 MVP와는 인연이 없었다. 물론 프로 출범 이전인 농구대잔치 시절엔 1991-1992시즌과 1994-1995시즌 대회 MVP에 뽑힌 바 있다. 허훈은 25년 만에 아버지의 뒤를 잇게 된 셈이다.

허훈은 MVP 외에도 올 시즌 가장 멋진 플레이를 펼친 선수에게 수여되는 '플레이 오브 더 시즌’, ‘베스트5’에도 이름을 올려 겹경사를 맞았다. 베스트5에는 허훈을 비롯해 김종규, 자밀 워니(26ㆍ서울 SK 나이츠), 송교창(24ㆍ전주 KCC 이지스), 캐디 라렌(28ㆍ창원 LG세이커스)이 지목됐다.

허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시국이 좋지 않기 때문에 MVP 상금 1000만 원 중 어느 정도는 기부를 할 생각이다”라며 “다음 시즌 목표는 우승이다. 비 시즌 때 열심히 고생해서 우승에 다가갈 수 있는 경기를 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론 우승해서 MVP를 받고 싶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허재 전 감독의 장남 허웅(27ㆍDB)은 팬 투표로 진행된 인기상 부문 수상자로 결정돼 가문의 기쁨을 더했다.

올 시즌 감독상을 수상한 이상범 DB 감독. /KBL 제공

◆감독상ㆍ신인상은 DB 차지

감독상은 DB를 정규리그 공동 1위(28승 15패)로 이끈 이상범(51) 감독이 2017-2018시즌 이후 2년 만에 다시 받았다. 그는 “올 시즌 어려움이 많았는데 선수들이 저를 믿고 끝까지 와준 덕분에 공동 1위를 지킬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신인상은 DB의 김훈(24)이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신인 드래프트 전체 15순위(2라운드 5번)로 팀에 합류한 그는 23경기에서 2.7득점 1.4리바운드를 올렸다. 2라운드 출신 신인상 수상자는 지난 2003-2004시즌 이현호(당시 서울 삼성 썬더스ㆍ2라운드 8번) 이후 올해 김훈이 16년 만이다. 김훈은 “농구 인생에서 딱 한 번 받을 수 있는 상을 받게 됐다. 다만 선배님들처럼 다재다능하거나 임팩트 있는 선수는 아니다. 조금 더 열심히 하고 지금보다 한 단계 성장해야 할 것 같다. 더 좋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외국인 선수 MVP는 SK의 워니가 수상했다. 수비 5걸로는 문성곤(27ㆍKGC), 치나누 오누아쿠(24ㆍDB), 최성원(25ㆍSK), 이승현(28), 장재석(29ㆍ이상 오리온)이 꼽혔다. 그 중 문성곤은 최우수 수비상을 탔다. 기량발전상은 김낙현(25ㆍ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이, 식스맨상은 최성원이 가져갔다. 함지훈(36 ㆍ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은 이성구 페어플레이상을, 장준혁(50) 심판은 심판상을 받았다.

한편 이날 시상식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돼 수상자만 초청해 진행됐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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