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를 결정한 영화 '사냥의 시간' 포스터./넷플릭스 제공.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를 넘어 세계 극장가는 침체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온라인 스트리밍(OTT) 넷플릭스는 날개를 단 모양새다. 창업 23년째 넷플릭스가 시가총액이 역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디즈니를 제쳤다.

■ 디즈니 꺾은 넷플릭스, 코로나19 수혜 ‘톡톡’

넷플릭스 로고.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15일(현지시간) 디즈니를 제치고 엔터테인먼트 업종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버라이어티는 “넷플릭스 주가가 3.2% 오른 주당 426.75달러(약 52만원)로 장을 마감했다. 넷플릭스 현재 시가총액은 1873억 달러로, 디즈니의 1866억 달러를 넘어섰다”며 “디즈니의 주가는 이날 큰 폭의 시장 하락세 속에 2.5% 내려갔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8년 5월 24일에도 디즈니를 제치고 엔터테인먼트 업종 시가 총액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종가 기준으로는 디즈니가 근소한 차이로 1위를 지켰다. 넷플릭스가 디즈니 시가총액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세계 각국의 격리 조치가 이어짐에 따라 넷플릭스의 주가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21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글로벌 구독자 증가는 당초 700만 명을 예측했지만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코로나에 발목 잡힌 디즈니 신작, 넷플릭스 기회 되나

디즈니플러스 로고.

넷플릭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힌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 픽사, 마블,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디즈니 계열사가 보유한 VOD 콘텐츠를 볼 수 있는 OTT다.

디즈니플러스 출시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넷플릭스 위기론이 제시될 만큼 디즈니는 어마어마한 콘텐츠 강국이었다. 보유 콘텐츠 외에도 애니메이션 픽사와 마블 등이 계열사의 합류로 인해 ‘콘텐츠 공룡’으로 불렸다. 국내에서도 막강한 팬덤을 보유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영화 21편의 총 누적 관객수가 1억 명을 넘는다. ‘어벤져스’ 마지막 작품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국내 누적 관객 수가 1300만 명을 돌파하며 시리즈 최고 기록을 세웠다.

코로나19로 OTT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11월 북미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는 출시 5개월 만에 가입자 5000만 명을 돌파했다. 당초 디즈니플러스는 2024년 9월까지 6000만 명 이상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집콕’ 분위기가 활성화되면서 가입자 수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세계적 코로나19 유행으로 OTT 사용량이 늘며 디즈니플러스 가입자가 폭증했으나 신작들이 개봉에 차질을 빚는 만큼 추가 콘텐츠 확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대다수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개봉을 연기했으며 마블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5월 개봉 예정이었던 ‘블랙위도우’는 11월로 연기했다. 디즈니플러스는 마블 IP를 활용한 오리지널 드라마를 MCU 영화들과 연계해 페이즈4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작품 간 스토리가 연결된 만큼 ‘블랙위도우’ 개봉 전에는 마블 콘텐츠가 침체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디즈니플러스의 더딘 움직임은 콘텐츠 제작에 혈안이 된 넷플릭스에게 절호의 기회로 보인다. 드라마 ‘킹덤’의 세계적인 흥행과 영화 ‘사냥의 시간’ 공개 등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영향력을 행사 중인 OTT 서비스인만큼 넷플릭스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종식 시 디즈니플러스의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넷플릭스가 하향세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OTT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무슨 콘텐츠를 볼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거나, 고민만 하고 콘텐츠를 보지 못하는 현상을 뜻하는 ‘넷플릭스 증후군’(Netflix Syndrome)이라는 말이 신조어로 나왔다. 많은 콘텐츠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OTT 가입자들을 붙잡아 둘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