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 제27대 한국체육학회장이 16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김도균(54)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2월 제27대 한국체육학회장으로 선출됐다. 한국체육학회는 1953년 설립돼 한국 체육의 발전에 이바지해온 유서 깊은 학술 단체다. 산하 16개 분과 학회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2년간 한국체육학회를 이끌 예정인 김 교수는 자타공인 스포츠마케팅ㆍ체육 행정 전문가다. 나이키 스포츠 코리아에 재직하던 1994년 3 대 3 길거리 농구대회를 만들어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이후 스포츠 마케터, 스포츠 행정가로 활발히 활동하며 국내 스포츠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공로를 인정 받아 문화체육관광부 표창, 한국스포츠산업협회 공로상, 근정포장,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에서 김 교수를 만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변화환 스포츠 산업 환경과 한국 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체육학회장에 당선된 것을 축하한다. 차기 한국체육학회장으로서 목표나 포부를 듣고 싶다.

“미래에는 융합과 통합의 시대가 올 것이다. 학제 간 융합과 교류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 교수들 간 교류도 활성화하고 싶다. 또 교수들이 선진 학문을 체험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개인적인 목표다.” 
 
-코로나19로 여파로 전세계 스포츠가 멈췄다. 전례 없는 ‘스포츠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 스포츠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 있을까.

“스포츠의 세계화가 이뤄졌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났다.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전 세계가 영향을 받고 있다. 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등 대형 프로스포츠 리그들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그 여파가 한국 시장까지 온다는 것을 경험했다. 스포츠 산업이 2차, 3차 산업 등 제반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깨달을 수 있다. 스포츠가 멈추면서 우리 삶도 멈춘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스포츠 산업에의 재편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마트 스포츠와 미니멀(최소한의·minimal) 스포츠의 활성화, 홈트(홈트레이닝·집에서 하는 운동)와 개인 스포츠 활동 분야가 성장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분야들에 대한 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개인화된 스포츠와 증강현실 스포츠 분야가 발전할 것이다.”
 

김도균 제27대 한국체육학회장이 16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는 등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개최가 위협받고 있다. 국내외 스포츠계가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을 것 같은데.

“도쿄올림픽의 연기로 막대한 경제적 손해가 발생한 것처럼 다른 국제 스포츠 이벤트도 연기되거나 취소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19 같은 재앙이 다시 오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스포츠계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에는 참여와 관람이 제한 받을 수 있는 스포츠로 변할 수 있다. 올림픽, 월드컵 등이 관람자 중심에서 세분돼 미디어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스타가 탄생할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우려된다. 전 세계 스포츠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도 개막이 연기되거나 리그가 조기 종료 되는 등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는데.

“기업들의 참여가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스포츠는 재정적인 측면에서 기업들의 스폰서십과 참여가 가장 중요한데, 스포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긴다면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충성도가 높은 팬들은 리그 개막을 기다리지만, 인내심이 약한 팬들은 생각의 변화로 인해 흥미와 관심이 낮아질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경제적 손해뿐만 아니라 무형적인 손해도 크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가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번 총선을 치르며 한국 방역체계의 위대함을 보여줬다. 이런 부분을 스포츠에 접목한다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모범적인 프로스포츠리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적으로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진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체육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듣고 싶다.

“이번 기회에 ‘백 투 베이직’(Back to Basic·기본으로 돌아가다)을 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에 백지상태로 돌아가서 모든 것을 재조정해야 한다. 리그 운영, 경기 방식, 선수 관리, 기업의 지원과 참여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갈아엎어서 다시 정리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에 따른 체육계의 피해가 심각하다.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스포츠 산업의 피해는 전방위적이다. 스포츠 산업은 95% 이상이 영세기업이어서 피해가 막심하다. 스포츠 산업이 정부의 우선 지원업종에 포함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스포츠가 국민에게 건강과 행복을 주는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으나 여전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체육인들이 받아 든 숙제다. 체육인들이 더 노력해서 스포츠의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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