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대웅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리그의 정규시즌 경기 수는 모두 144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프로야구 출범 사상 가장 늦은 개막을 맞이하면서 144경기 체제를 두고 KBO와 일선의 감독들이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종전 가장 늦은 개막은 1995년 4월 15일이었다.
KBO는 21일 프로 10개 구단 사장과 정운찬 KBO 커미셔너 등이 참석한 가운데 캠코양재타워에서 열린 4차 이사회에서 ▲5월 5일 개막 ▲무관중 ▲144경기 체제 유지를 골자로 하는 2020시즌을 개막안을 심의, 의결했다.
 
◆ KBO 144경기 체제 강행…단계적 축소 여지 남겨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5월 5일 개막해도 11월 28일 한국시리즈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성급하게 하는 것보다 여러 안전성을 체크하고 선수들도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5일 개막을 확정했다"고 5월 5일을 개막일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KBO는 11월 2일 정규시즌을 끝내고, 11월 4일부터 포스트시즌 시작해 11월 28일 한국시리즈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144경기 체제는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단계별로 축소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KBO는 시즌 중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리그가 중단될 수 있다고 했다.
류대환 사무총장은 "3주 정도 리그를 중단할 수 있다. 긴급 이사회를 열어 결정할 것"이라면서 "변수가 많다. 이사회에서도 144경기를 다 치른다기보다 일단 144경기로 정해 놓고 변수가 발생할 때마다 줄여나가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144경기를 소화하기 위해 7월 예정했던 올스타전은 취소했다. 1982년 KBO리그 출범 후 올스타전이취소된 것은 처음이다. 포스트시즌의 경우 준플레이오프를 5전 3선승제에서 3전 2선승제로 축소된다.
 
 

◆ "자재해야" 베테랑 감독들의 쓴소리
KBO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감독들은 KBO의 144경기 체제 유지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챔피언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은 LG 트윈스와 올해 첫 평가전을 앞두고 서울 잠실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감독 입장에선 걱정 된다"면서 "정규시즌 144경기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시점에서 다 치른다면 더블헤더에 월요일 경기가 열릴 수밖에 없다. 선수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굉장히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짧은 휴식 기간이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했다. 김 감독은 "다음 경기를 위해 자칫 포기해야 할 경기도 예년보다 많아질 수 있다"며 "특히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한 달 이상 개막이 미뤄진 만큼 그 정도는 감안해 경기를 치르는 게 어떨까 싶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LG의 류중일 감독과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 역시 144경기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류 감독은 "현장에서는 144경기 체제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우리는 선수 자원이 적다"며 "더블헤더, 월요일 경기를 하면 투수력에 문제가 생기고 부상 우려도 있다. 경기 질이 떨어져 고급 야구를 보여주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염 감독 또한 "10개 구단이 모두 시즌을 무사히 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기 수 축소를 당부했다. 이어 염 감독은 고통 분담과 국내 최고 프로스프츠로서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를 한다면 구단이 제일 피해를 본다"며 "선수단도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 강요할 순 없지만 야구계 전체가 뜻을 모아 사회의 어려운 곳을 위해 기부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야구의 위상이 더 올라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자신의 연봉 10%를 기부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캠코양재타워=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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