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지상파 예능과 드라마가 연달아 0%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18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2일 방송된 MBC '끼리끼리'는 시청률 1부 0.8%, 2부 1.0%를 기록했고 16일 방송된 KBS2 '어서와'는 15회는 시청률 0.9%, 16회는 시청률 1.1%를 기록했다.

■ 공감 얻지 못한 '취향 존중' 콘셉트

지상파 3사에서 방영된 주말 저녁 예능이 시청률 0%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1월 19일에 방송된 MBC 아이돌 서바이벌 '언더나인틴' 이후 1년 3개월 만에 '끼리끼리'가 처음이다.

'끼리끼리'는 다수의 출연자가 성향'끼리' 나뉘어 펼치는 성향 존중 버라이어티다. 지금껏 예능에서 다루지 않았던 출연자들의 성향을 알아본다는 점에서 신선함이 있다. 게다가 여러 곳에서 활약했던 예능인들과 좀처럼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들까지 모여 새로움을 꾀했다.

하지만 '끼리끼리'에서 메인 콘셉트로 내세우고 있는 '취향 존중'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 '1박 2일'이나 '무한도전' 등의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했던 코너들을 다시 반복하는 느낌이 강하다. 출연진 역시 '1박 2일'에 출연했던 은지원과 '무한도전'의 박명수가 나오기 때문에 비슷하다는 느낌은 더욱더 강하다.

더불어 프로그램의 리더가 없다는 것도 '끼리끼리'의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힌다. 보통 예능 프로그램에는 전체를 이끌어가고 중심이 되는 리더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끼리끼리'에는 그런 역할을 하는 출연자가 없다. 고정 출연자가 10명이라 복잡하기 때문에 리더의 부재는 더욱 상황을 악화시켰다.

여러 문제점을 안고 0%대 시청률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끼리끼리'는 특단의 조치로 26일 방송분에 트로트 대세 임영웅과 영탁의 출연을 예고했다. 단발적인 효과이긴 하지만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시청률 대박을 기록한 이들을 게스트로 초대해 위기를 탈출하겠다는 각오다.

■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 첫 0%대 시청률

'끼리끼리'에 이어 '어서와'도 0%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평일 오후 10시 미니시리즈가 이 같은 시청률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방송된 MBC '대장금이 보고 있다'가 0.7%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주 1회 오후 11시에 방송된 예능 드라마였다는 점에서 '어서와'의 심각성이 한층 더해진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어서와'는 남자로 변하는 고양이 홍조(김명수)와 강아지 같은 여자 솔아(신예은)의 반려 로맨스를 담은 판타지 로코물이다.

앞서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나 '이태원 클라쓰' 등의 웹툰 원작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바 있기 때문에 '어서와' 역시 웹툰의 인기를 바탕으로 순조롭게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를 벗어났다. 개연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고 원작 웹툰의 매력 포인트를 영상으로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사람으로 변하는 고양이라는 설정은 신선했지만 지상파에 방송되는 정극보다는 웹드라마나 숏폼 형식에 더 어울린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게다가 원작 웹툰의 매력으로 꼽히는 판타지적 요소와 시각적인 매력을 영상으로 구현해 내는 데에 있어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 채널보다는 콘텐츠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야외활동보다 실내에서 TV를 시청하는 이들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지상파에서 0%대 시청률을 기록하게 된 것은 더이상 채널이나 프라임 시간대가 중요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지상파에 편성되면 어느 정도 성공을 보장한다는 것은 옛말이다.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TV보다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 같은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예전보다 시청률이 저조하다고도 한다. 하지만 '끼리끼리'와 '어서와'가 0%대 시청률로 굴욕을 맛보는 사이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는 20.5%를 기록했고 JTBC '부부의 세계'는 18.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결국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는 건 어디에서 방송되는가 보다는 어떤 콘텐츠를 방송하느냐에 달려있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지속적인 시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꼼꼼한 짜임새에 신선함을 가진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한다.

한 방송계 관계자 역시 지상파 프로그램의 시청률 0%대 기록에 대해 "이미 예견돼 있는 일이었을 수도 있다. 시청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진 만큼 더이상 지상파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는 없게 됐다"며 "양질의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건 계속해서 언급된 부분인데 달라진 방송 환경에 지상파 방송이 적응하지 못한다면 시청률 회복 역시 계속 어려울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사진=각 프로그램 포스터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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