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요약하자면 ‘기승전내가 잘해서’였다. 배우 김래원은 드라마 ‘닥터스’를 호평리에 끝낸 뒤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그게 밉지만은 않았다. 김래원은 외모로, 인기로가 아니라 연기로 시청자들과 마주했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드라마 안에서는 물론 동시간대 경쟁 작품들과 리우올림픽까지 승부하며 결국 안방극장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래원은 이 드라마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났던 학생을 13년간 한결같이 사랑한 순정남이자 촉망받는 신경외과 의사 홍지홍을 맡아 여심까지 사로잡았다.

-종영 소감을 말해달라.

“요즘 반응을 보면 (드라마를) 시작할 때와 다르다. 너무 많이 좋아해줘 기쁘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 한 번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무더위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나.

“병원 세트를 워낙 잘 지어서 시원하게 찍었지만 중간중간 야외 촬영이 정말 힘들었다. 엔딩 때 수트를 입고 촬영했는데 땀으로 범벅이 된 적도 있었다.”

-방송 내내 자연스러운 말투가 인기였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대사들이 표현하기에 오글거리고 것들이었다. 그대로 하면 닭살일 것 같아 부드럽게 넘기려고 했다. ‘결혼했니? 애인있어?’의 대사도 일부러 순서를 바꿨다. 작가는 홍지홍이 다정다감하고 이해심 많은 남자로 그렸는데 그 신만 놓고 보면 상남자였다. 대본에는 주뼛거리며 눈도 못 쳐다보고 의식하는데 바꿔 연기해 잘 됐다.”

-빗 속 댄스신은 오글거렸다.

“종방연 때 감독이 다시는 춤추는 장면을 안 찍겠다고 했다. 그건 실수였다(웃음). 내 문제는 아니었다. 회피하는게 아니라 보통 장면이 어색해도 편집으로 커버가 되는데 그 신만큼은 안됐다. 선곡도 미스였던 것 같고. 촬영분량이 많으면 커버가 됐을 텐데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방송 후 현장에 전화박스를 가져다 놨다고 하더라.”

-아홉 살 어린 박신혜와의 거리감은 없었나.

“전혀 못 느꼈다. (박신혜는) 배려를 많이 하고 맞추려 한다. 나 역시 박신혜의 연기에 맞추려 했다. 연기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아마도 대사의 힘이 있었던 같다.”

-농도 짙은 키스신도 있었다.

“첫 키스할 때 알게 모르게 노력을 되게 많이 했다. 어떻게 해야지 보다 설레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자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실제로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다. 연인이 되고 나서의 스킨십 연기는 조심했다. 키스를 홍지홍이 적극적으로 해버리면 좀 징그러울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혜정이가 더 다가올 수 있게 하고 수줍어했다.”

-인상 깊었던 카메오는.

“출연한 모든 분들이 다 좋았고 감사하다. 특별히 꼽자면 조달환의 사이코패스 연기가 너무 괜찮았다. 조달환에게 너무 잘해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직접 얘기도 했다. 배우로서 캐릭터도 탐이 나 나중에 이런 역할을 하고 싶다고 작가에게 말했을 정도다.”

-‘닥터스’와 홍지홍을 통해 영향을 받은게 있나.

“그렇다. 나 배우 오래했다. 다양한 역할들을 하면서 배우로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인물들이 이렇게 하면 나라면 어떻게 할까 하고 생각한다. 이번에 얻은게 있다면 나도 아직 어려질 수 있구나? 농담이다(웃음).”

-시청률 20% 돌파에는 올림픽의 영향도 있었다.

“당연히 도움 받았다. 시청률이 정체되고 다시 상승해 20%를 넘었는데 감독과 (올림픽 덕분이라고) 얘기를 많이 했다.”

-실제로 낚시광이다. 극중 지홍이 대사에서 낚시를 싫어한다고 했다. 의도한 설정인가.

“촬영에 앞서 작가에게 취미가 낚시라고 얘기했는데 지홍이 낚시를 못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 함께 논의했다. 지홍은 지루해하고 혜정이 잘했으면 했다. 친구들과 낚시를 할 때 지루해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대사했다. 그런데 실제 박신혜도 낚시를 잘한다.”

-오랜만의 로맨틱 코미디 연기다, 명불허전이었다.

“로코는 원래 좋아하고 애초 시작했던 장르이기도 하다. 스스로 자신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교만이 아니라 나만의 것이 있다. ‘옥탑방 고양이’ 때는 밑도 끝도 없이 개인기를 했는데 지금은 캐릭터를 폭을 넓히고 싶어 잡을 때 잡고 풀 때 풀고를 잘했던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작품이 있으면 또 할 계획이 있다.”

-더 욕심을 내는 작품이 있나.

“연기가 점점 더 재미있어 진다. 깊이있는 메디컬 드라마도 다시 해보고 싶다. ‘캐스트 어웨이’, ‘터널’과 같은 작품에서 연기도 해보고 싶다. 재미있게 나만 할 수 있는 사실적이나 보는 사람이 웃을 수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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