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뇌경색 발병 전 한해 평균 의료비 약 760만 원…발병 후 첫 해 4배 이상 급증
환자 예후 따른 장기적 비용지출 분석 연구 세계 최초
분당서울대병원 배희준 교수연구팀, 뇌졸중 코호트환자 1만1136명 5년간 분석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전문기자]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뇌혈관질환의 발병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뇌혈관질환인 뇌졸중은 높은 사망률과 함께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가운데,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뇌졸중 환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좌측부터) 배희준 교수, 김성은 박사/제공= 분당서울대병원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피가 통하지 않아 발생하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뇌출혈로 구분된다. 두 질환 모두 갑자기 발생하고 오랜 기간 장애를 남기기 때문에 첫째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하고, 적절한 급성기 치료를 통한 철저한 관리 및 치료가 필요하다.

뇌의 손상 부위 및 정도에 따라 반신마비, 언어장애 등 신체적 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재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치료 기간은 정도에 따라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 김성은 박사 연구팀이 급성 뇌경색 발병 후 5년간 지출되는 의료비용이 급성기 치료결과에 따라 최대 5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제까지 보고된 연구는 최장 18개월까지 급성 뇌경색 환자의 예후에 따라 의료비용 지출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었고, 5년이라는 장기적 비용지출에 대해 분석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 14개 종합병원에 입원한 1만1136명의 급성기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다기관 뇌졸중 코호트에 등록된 이들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 자료를 바탕으로 뇌경색 예후에 따른 5년간의 의료비용 지출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 의료비용 지출이 환자의 회복 정도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뇌경색이 발병하기 전 한 해에 지출한 평균 의료비용은 약 760만 원이었으나, 뇌경색이 발병한 첫 해에는 약 3300만 원으로 무려 4배 이상 급증했다. 또한, 뇌경색 환자 한 명이 5년간 지출하는 총 의료비용은 평균 약 1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특히, 주목할 점은 퇴원 후 3개월 뒤 후유증 없이 완전히 회복한 환자의 경우에는 5년간 지출하는 총 의료비용이 약 4700만 원인 반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보행 및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에는 총 2억4000만 원을 지출해 무려 5배 가까이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즉, 뇌경색 환자를 급성기에 어떻게 치료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회복 정도를 넘어 경제적 부담 또한 상당한 수준으로 경감시킬 수 있다는 점을 밝힌 결과다.

김성은 박사는 “적절한 급성기 치료를 통해 환자를 기능적으로 빠르게 회복시키는 것은 환자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환자 한 명 당 최대 2억 원에 가까운 사회경제적 의료 지출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배희준 교수는 “국내 경상의료비 지출이 1990년 7조3000억 원에서 2018년 144조4000억 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고, 뇌졸중은 한국인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하고 있는 흔하면서 중요한 질환인 만큼, 급성기 뇌졸중에 대한 치료 체계 확립을 통해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이어 “아직도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시간에 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에서 치료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현재 대한뇌졸중학회에서 인증한 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는 전국에 61개소뿐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본부의 연구비 지원을 바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뇌졸중학회의 업무협약을 통해 진행됐으며, 세계적 신경과 학술지인 ‘Neurology(IF:8.689)’ 최근호에 실렸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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