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면세점협회, 관세청에 보세물품 규정 완화 요청... 관세청 "검토 중"
할인율, 판매처 등 풀어야 할 숙제 많아... 다소시일 걸릴 듯
인천공항 면세점 / 사진 = 변세영 기자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항 이용객이 뚝 떨어지면서 면세업계가 유례없는 매출 폭등을 경험 중이다. 이에 업계를 중심으로 재고로 쌓인 면세품을 시중에서 판매하자는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2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한국면세점협회는 관세청에 면세품을 국내 통관이 가능하도록 보세물품의 판매 규정 완화를 골자로 하는 5가지 항목을 제안했다. 보세란 관세법에 따라 외국 물건이나 일정 조건의 내국물건에 세금 부과가 유보되는 제도로 주로 공항 내 면세점 물품이 해당한다. 수입신고 후 관세를 지불하는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아 시장에서 판매될 수 없는 제품이기도 하다.

면세품 시중 유통에 대한 목소리는 코로나 사태로 점화됐다.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인천공항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6500명 수준이다. 이중에서 국내 발 출발고객은 약 1200명 정도다. 봄시즌 일평균 20만명이 공항을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떨어진 수치다. 매출도 곤두박칠 쳤다.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업계 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86.5% 감소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 여파로 인천공항 이용객 숫자가 곤두박칠 치고있다. / 연합뉴스

가장 큰 문제는 재고다. 업계는 앞서 봄철 성수기를 예상하고 상품 발주 관행에 따라 지난해부터 최대 6개월 전 물건을 대량 발주해왔지만 갑작스런 코로나19 팬더믹상태로 장기 체화재고를 포함해 약 3조원 재고가 쌓인 상태다. 팔리지 않은 물건은 협의를 거쳐 반품하는 경우도 있지만 화장품이나 식품처럼 유통기한이 있거나 유행이 지난 패션 용품 대부분은 폐기된다. 사실상 대부분의 면세 재고품이 소각되는 셈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이용객의 발길이 끊켜 창고에 물건만 계속해서 쌓여가는 상태”라며 “대기업 면세점들은 계열사 내 아울렛이나 백화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주로 패션 잡화 위주로 시중 판매를 논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면세품의 시중판매가 이루어지면 소비자는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 좋고 업계는 악성 재고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다. 다만 여기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관세 규칙 내 통관에 대한 고시를 바꿔야 하는 부분이라 고려해야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관세품의 시중 판매는 기존에 전례가 없어서 관세청도 신중을 기하는 입장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전경 / 인천공항 페이스북

관세청 관계자는 “면세점 협회 측이 제시한 항목을 어디까지 수용을 할 것인가 현재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공식 입장을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의 승인을 받으면 이제는 업계 이슈가 등장한다. 면세품에 관세과 부가가치세를 고려해 세율을 얼마나 붙일지, 몇 퍼센트 할인할 지 등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로컬 시장과 면세점에 물건을 공급할 때 브랜드 별 가격 정책이 상이한데, 이를 어느 수준에 맞출 것인지 하나하나 논의를 거치는 번거로운 작업도 필요하다.

판매처를 어디로 할지도 난제다. 면세점 그룹사가 보유한 아울렛에 납품할지 백화점에 공급할지, 그것도 아니면 면세점 내 공간을 만들어 시판할 지 등 결정해야 할 요소가 많다. 아울렛이나 백화점에 공급하면 기존 동일 브랜드 입점업체와 매장 통합 여부 등 또 다른 3차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관세청 승인이 떨어져도 풀어야 할 문제가 워낙 많아서 면세품이 시중에 유통되기까지는 적어도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면세점 입장에서는 버릴 바에야 재고를 처리할 수 있기에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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