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오비맥주 “증권사 리포트, 사실과 다르다”
롯데주류, 지난해부터 비공용병 회수 비용 두고 의견 차이
오비맥주는 지난 6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청주공장의 맥주 생산을 중단한다. 사진은 오비맥주 광주공장. /오비맥주 제공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하이트진로의 승승장구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경쟁업체의 경계심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오비맥주 등 일부 업체는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증권사 리포트의 오류를 지적하고 나서는 등 업계간 신경전이 확대되고 있다.

2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최근 청주공장의 제품 생산 중단 등과 관련한 증권사 리포트의 분석에 잘못된 사실이 있다며 오류를 지적했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청주공장의 규모 등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자사가 집계한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최근 일부 증권사 리포트에서 오비맥주와 관련해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발견돼 이에 대한 참고를 부탁하기 위해 자사에서 자체 수집한 자료를 전달했다”며 “다른 업체에서 이와 관련한 대응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없으나 오비맥주는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안에 대해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런 일이 흔치 않다는 평이다. 증권사 연구원은 기업탐방 등 여러 단계를 거쳐 리포트를 작성한다. 리포트의 근거로 사용하는 자료들도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지표를 통해 수집해서다.

일각에선 ‘테라’를 생산하는 하이트진로와 대비되는 오비맥주의 상황이 투자자와 언론 등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면서 과민반응을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잘못된 정보와 사실은 바로잡는 것이 합당하나, 증권사 연구원들도 복잡하고 세밀한 과정을 거쳐 리포트를 발행한다”며 “웬만해선 증권사 리포트에서 활용한 자료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에서 수집한 것들이기 때문에 흔치 않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부터 맥주 테라와 소주 진로이즈백이 흥행을 거듭해 지난 1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 제공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지난 1분기 예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11% 증가한 5123억원,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한 311억원, 당기순이익도 135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집계됐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3월과 4월 출시한 맥주 ‘테라’와 소주 ‘진로이즈백’의 흥행 덕분이다. 이로 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주류업계 전반의 부진에도 유일하게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판촉비가 적게 투입되는 가정용 주류가 매출 비중이 상승해 양호한 실적의 원인이다”고 분석했다.

반면 오비맥주는 이번 달 충주 공장의 생산 중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증권가에선 오비맥주 매출 부진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전체 생산량의 33%를 차지하고 있는 충북 지역의 맥주 생산량은 대부분 오비맥주의 것으로 추산된다”라며 “보수적으로 접근하더라도 오비맥주 전체 생산량의 35%를 차지하는 대규모 공장인데, 성수기를 앞두고도 4주간 생산 중단 조치를 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조상훈 연구원도 “OB맥주는 높은 B2B 매출 비중(55% 추산)과 카스의 브랜드 노후화, 전년 가격 인상(2019년 3월)으로 인한 높은 기저효과로 인해 매출이 30%이상 감소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의 비공용병 회수 갈등이 불거지면서 회수되지 못한 진로이즈백 공병이 롯데주류 공장에 쌓이기도 했다. /롯데주류 제공

하이트진로에 대한 견제는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가 공병 회수비용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한 차례 드러나기도 했다.

두 회사는 지난달 27일 환경부의 빈 소주병을 회수하는 비용에 대한 용역연구 중간결과를 전달받으면서 의견 차이를 보였다. 환경부 용역연구 중간결과에 따르면 진로이즈백과 청하 등 비(非)공용병을 회수하는 비용을 기존 병당 10.5원에서 17~20원까지 올려야 한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현행보다 더 올릴 필요가 없다”, 롯데주류는 “연구용역 결과보다 더 올려야 한다”라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주류업계는 소주가 아닌 ‘청하’, ‘진로이즈백’ 등의 비공용병은 병당 10.5원을 지불하고 제조업체가 회수해가도록 하고 있었지만 ‘진로이즈백’의 매출 급상승으로 공병 회수 비용에 대한 수지타산이 맞지 않게 되면서 지난해부터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의 맥주 사업이 장기간의 부진을 뚫고 급성장하면서, 소주 신제품도 ‘대박’을 터뜨리다보니 경쟁업체의 속이 쓰린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시장이 다양한 원인으로 축소되는 만큼 업계의 반응도 날카로워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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