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문정원.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문정원(28ㆍ도로공사)은 여자배구 대표 ‘살림꾼’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조기 종료된 2019-2020시즌 열악한 팀 사정에도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2019-2020시즌 리시브 효율에서 3위(42.75%)에 올랐다. 올 시즌 총 1034회를 받으며 여자부에서 유일하게 네 자릿수 리시브 시도를 기록했다. 레프트가 아닌 선수 중 가장 많은 디그(479)를 기록했고, 리시브와 디그를 합친 수비부문에서도 2위(세트당 8.67)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에는 외국 선수가 부진한 팀 사정 탓에 공격 비중도 컸다. 206점을 올리며 2014-2015시즌 이후 네 시즌 만에 200득점을 돌파했다. 문정원은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올 시즌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동안 받는 걸 많이 했는데 올해는 공격도 해야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컸다. 올 시즌을 치르면서 팀 성적이 하위권으로 추락해서 마음이 아팠다. 개인적으로도 부족함을 많이 느낀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문정원은 자타공인 ‘서브 여왕’으로 불린다. 2019-2020시즌 세트당 서브에이스 0.381개를 기록하며 두 시즌 연속 여자부 서브 1위에 올랐다. V-리그 여자부 출범 후 두 시즌 연속 서브 1위에 오른 이는 문정원이 유일하다.

코트 구석에 꽂히는 빠른 서브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왼손잡이인 문정원은 상대 수비수가 받기 까다로운 서브를 구사한다. 문정원의 강서브는 수많은 연습과 파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는 “왼손잡이여서 상대 선수들이 더 까다로워하는 것 같다. 저도 같은 왼손잡이인 (박)현주 서브를 받아봤는데 어려웠다. 따로 야간 훈련도하고 서브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될 때까지 해보자’는 성격이다. 오기 같은 게 있어서 제 마음에 들 때까지 연습하는 스타일이다. 노력의 결과가 코트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브에이스 통산 기록에서도 8위(207개)에 올라 있다. 지난 1월 22일 IBK기업은행전에서는 역대 최소 경기(147경기) 200서브에이스를 달성하기도 했다. 앞으로 꾸준히 기록을 쌓으면 통산 1위 고지에 오르는 것도 가능하다. 문정원은 “서브가 제 상징이 된 것 같다. 통산 1위 기록도 당연히 욕심난다”고 힘줘 말했다. 

문정원은 2019-2020시즌 종류 후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했다. 뒤늦게 주전으로 뛰기 시작해 또래 선수들보다 늦게 FA 자격을 얻어 1억9000만 원(연봉 1억6000만 원·옵션 3000만 원)에 계약하며 도로공사에 잔류했다. 그는 “어렵게 FA 자격을 얻었다. 그동안 FA를 바라보고 배구를 하지는 않았지만, 막상 자격을 얻으니 뿌듯하다. 늦게 주전으로 뛰다 보니 간절함이 컸다. 코트 안에서 많이 뛰었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문정원은 2019-2020시즌 신인왕 박현주(19ㆍ흥국생명) 등 많은 후배가 뽑는 ‘롤 모델’이다. 같은 왼손 라이트 공격수 황연주(34ㆍ현대건설)를 보며 꿈을 키웠던 문정원은 이제 후배들의 우상이 됐다. “제가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 없는데 후배들이 그렇게 말해줘서 뿌듯했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문정원은 2015년 중국 톈진에서 열린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중학생 시절 ‘김연경 장학금’을 받았다는 그는 일치월장해 김연경과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제 다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길 바라고 있다. 선수 생활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로 올림픽 출전을 꼽았다. “5년 전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태극마크는 모든 선수의 목표이지 않나. 나라를 대표한다는 것은 큰 영광”이라며 “다른 선수들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대표팀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표팀에 뽑혀서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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