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L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태극낭자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려 한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과 3위 박성현(27), 6위 김세영(27), 11위 박인비(32) 등 LPGA 정상급 선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투어가 중단되자 국내에 들어와 훈련에 임하고 있다.

실전 감각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최근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다음 달 14일부터 나흘 동안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KLPGA 챔피언십이 열린다는 소식이다. KLPGA 챔피언십 출전 자격은 영구시드권자, 최근 4년 메이저대회 우승자, 최근 2년 투어 대회 우승자, 지난해 상금랭킹 60위 이내, 세계랭킹 30위 이내 선수 순으로 정상급 해외파 선수들의 경우 이들 자격 가운데 적어도 하나 이상은 해당돼 출전에는 문제가 없다.

우선 김세영은 대회 출전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달 19일 귀국해 본지에 “샷을 할 때도 마스크를 쓴다. 운동 선수는 몸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하니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근황을 알린 김세영은 실전 감각 유지에 도움이 되고 여태까지 경기를 기다린 후원사, 팬들에게 보답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출전을 결심했다.

해외파 선수의 출전 소식은 후원사와 팬들뿐만 아니라, 대회 총상금 23억 원(우승 상금 1억6000만 원) 및 운영비를 그 동안 적립해놨던 별도의 기금으로 충당해 대회를 개최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입장에서도 반색할 만한 일이다.

다만 고진영과 박인비는 대회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오랫동안 수입이 없어 형편이 어려워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을 먼저 생각했다. 고진영과 박인비는 자신들이 출전함으로써 하위 시드권 선수 한 명이 대회에 나서지 못하게 되는 것을 염려해 출전을 고사했다. 당장 형편이 어려운 선수가 한 명이라도 더 대회에 나서 상금을 받는 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다운 ‘통 큰 배려’다. 해외파 태극낭자들은 ‘국내 대회 출전’과 ‘출전 양보’라는 서로 다른 방법으로 골프계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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