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사퇴를 의사를 밝혔다. 기자회견 전까지 오 시장의 사퇴 배경을 두고 건강이상설,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참패에 따른 책임론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지만 오 시장이 직접 밝힌 사퇴 이유는 충격적이다. 

마스크를 쓴 채 단상에 오른 오 시장은 "참으로 죄스러운 말씀을 드리게 됐다. 오늘부로 부산시장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 한 사람에 대한 저의 책임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한 사람과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시간 동안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며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런 잘못을 안고 부산시장직을 수행한다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이 어려운 시기에 정상적인 시정 운영이 될 수 있도록 모든 허물을 제가 짊어지고 용서를 구하면서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이 강제추행을 인정하며 부산시장직을 내려 놓은 여파가 9월로 예정된 2020 하나은행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이하 부산세계탁구선수권)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 된다. 오 시장은 부산세계탁구선수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23일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부산시장직에서 내려왔다. 연합뉴스

탁구계 관계자는 "부산세계탁구선수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 시장이 9월 대회 종료까지 함께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안타깝다"면서도 "이미 대회 관련 예산과 지원방안 등이 확립된 상황이어서 오 시장의 사퇴가 대회 개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한국 탁구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으로 애초 3월 개최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 차례 6월로 미뤘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국제탁구연맹(ITTF)와 대회 조직위는 협의 끝에 9월로 일정을 재확정했다. 두 차례 연기된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9월27일부터 10월4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다. 부산세계탁구선수권은 단체전 형식으로 열리며 전 세계 72개국이 참여한다. 탁구 종목에선 올림픽 다음으로 큰 이벤트다. 

앞서 9월 대회 개최를 확정할 당시 오 시장은 "코로나19로 부산 대회가 두 차례 연기됐으나 9월에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돼 관광중심 도시 부산을 널리 알리고 세계인에게 새로운 희망과 휴식을 주는 축제가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부산시에서도 대회 성공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공동조직위원장이 아닌 '자연인 오거돈' 신분으로 한국 탁구의 새 역사를 지켜보게 됐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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