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1조원 가치' 두산솔루스 매물로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자금난을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을 끄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 대응 방안과 함께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긴급 조성한다고 밝힌 가운데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출로 전환해주기로 한 6000억원 가량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앞선 지난달 26일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긴급 지원했다. 이에 두산그룹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에 대해 신속한 지원을 결정해 주신 채권단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자구노력을 성실히 이행해 빠른 시일 내 두산중공업의 정상화를 이루고 대출자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이 올해 막아야할 차입금 규모는 4조2000억원에 달한다. 회사채 1조2500억원, 국책은행 대출 1조1000억원, 시중은행 대출 7800억원, 외국계 은행 3600억원, 기업어음·전자단기사채 등 7000억원이다.
수은이 오는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중공업의 외화채권 5억달러(약 5868억원)를 대출로 전환해 주기로 결정해 한 고비를 넘겼지만 2조원 이상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수은은 두산중공업이 2015년 외화공모채를 발행할 당시 지급보증을 선 바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두산중공업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지난 22일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대응 방안과 관련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키로 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기간산업이 크게 위협받아 일시적 자금 지원이나 유동성 공급만으로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힘든 기업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일시적인 유동성 지원을 넘어 출자나 지급보증 등 가능한 지원 방식을 총동원, 강력한 의지를 갖고 기간산업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수출에 의존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정부 차원에서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 등 기간산업에 대한 지원 의지로 풀이된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차입금으로 2조원 가량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한 차례 더 수혈할 수 있다면 단비가 될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두산중공업은 이달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했고, 채권단은 다음달 초, 늦어도 상반기 중에 자구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를 포함한 매각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세부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렸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등에 대한 매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 가치를 1조원 안팎으로 보고 구매자를 찾고 있다. 두산솔루스의 2019년 매출액은 2633억원이다. 올해와 내년 매출액 추정치는 각각 3308억원, 4720억원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그룹 구조조정으로 두산솔루스 매각안이 유력하다"며 "가치상승의 핵심은 전지박 사업과 OLED 소재"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두산그룹은 투자여력이 부족하지만 잠재 인수자들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이라며 "두산솔루스의 전지박 공장은 고성장이 확정된 유럽 전기차 시장의 생산설비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지배구조의 변화는 차치하고, 유럽의 전기차 시장이 그만큼 뜨겁기 때문에 기업가치의 상승이 기업인수합병(M&A)의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혁기 기자 khk02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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