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업간 부담 축소에 공감대 형성... 신중론도 대두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경.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 치료제 공동개발·공동출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업이 받게 되는 수익과 리스크를 분담해 업계 전반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어서다.

2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21일 이사장단 회의를 개최해 코로나19 관련 치료제와 백신을 포함한 신종 감염병 관련 약물 개발을 공동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제약·바이오기업 다수가 코로나19 관련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계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많아서다.

이에 따라 기업이 공동 투자하는 합작회사(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거나 유럽의 혁신의약기구(IMI)처럼 민·관 공동펀드를 설립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다수의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전 인류의 생명과 동시에 국부 창출을 위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며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발상 전환을 통한 산업계의 공동 연구개발 노력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함께하는 범국가적 에너지가 총결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동안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 치료제 공동개발의 필요성은 업계 곳곳에서 제기해왔다. 치료제 개발의 책임을 민간제약사에게 떠넘기기엔 개별 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막대해서다.

대표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9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지만 1976년 콩고에서 처음 발견되고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제가 없다. 그 결과 본격적으로 유행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약 3년 간 서아프리카에서만 1만1325명이 에볼라로 사망했다.

신종플루는 2009년, 메르스는 2015년 한국에 상륙해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지만, 체료제가 완성된 사례는 손에 꼽는다. 그럼에도 치료제 공동 개발에 나선 사례는 전무했다.

업계에선 이러한 논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향후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공동 출자, 공동 개발 방안을 구체화하면 적극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계 없이 코로나19 치료제 공급에서 공익성을 우선시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큰 틀에서 공익성 추구를 위해 협조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했다.

GC녹십자는 구체적인 향후 행보를 밝히지 않았지만 정부에서 제공 받은 코로나19 완치자 혈청으로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인 만큼 이후 긍정적 검토가 예상된다.

최근 코로나19 최종 항체 후보군을 확보한 셀트리온은 서정진 회장이 치료제의 공익적 가치를 앞세우겠다고 공언했다. 치료제의 무료 배포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치료제 보급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논의 자체가 이사장단의 공감대만 확인한 자리였던 만큼 개별 기업의 결정은 신중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협회의 논의는 강제성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며 “구체적인 협업 방안 마련하기 전 회원사간 공감대만 확인한 자리이기 때문에 각 기업은 아직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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