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e스포츠 접목 시도
마케팅-산업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 거둬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프로축구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팬들의 갈증을 달래기 위해 ‘K리그와 e스포츠의 결합’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결과는 대성공. 지난달부터 시도한 이른바 K리그 판 ‘랜선 스포츠’가 흥행하면서 한국 프로스포츠에 새 시장을 열어젖혔다. 연맹이 e스포츠와 손을 잡은 건 마케팅과 산업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연맹은 2월 29일 2020시즌 K리그1 개막전이 무산되자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지난달 7일 배성재(42) SBS 아나운서와 윤태진(33) 아나운서가 전북 현대-수원 삼성, 울산 현대-FC서울, 대구FC-강원FC 경기를 온라인 게임 ‘FIFA 온라인 4’에서 대결하는 방식으로 대신한 ‘랜선 개막전’을 선보였다. 동시 접속자 수만 1만3200명을 기록해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연맹은 한술 더 떠 K리그1 선수끼리 가상 ‘FIFA 온라인 4’ 대결을 벌이는 ‘랜선 토너먼트’로 다시 한번 e스포츠 바람을 일으켰다. 18일과 19일엔 ‘K리그 랜선 토너먼트 TKL(팀 K리그 클래스)컵’을 개최해 이틀간 4강전과 결승전을 치렀다. 누적 시청자 78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연맹이 K리그를 온라인 게임과 접목한 건 젊은 세대 유입을 원한 마케팅 일환이다. 온라인 게임은 기성세대보다 10~20대가 더 많이 이용한다. 젊은 팬들을 프로축구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택했다. 평소 프로축구에 관심이 없던 이들을 친숙한 ‘FIFA 온라인 4’와 함께 K리그로 유입하는 효과를 거뒀다. 아울러 기존 축구팬들에겐 새로운 콘텐츠 제공 기회가 됐다. 결과적으로 팬층을 더욱더 두껍게 했다. 한 가지 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e스포츠는 하나의 스포츠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8월 19일 2017 대통령배 e스포츠 대회(KeG) 개막식 모습. /OSEN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빛을 봤다. 축구를 현장이 아닌 온라인에서도 즐기는 스포츠로 인식 변화를 꾀했다. 이전까지 e스포츠는 프로스포츠에 괴리감이 큰 분야로 다가왔다. 현장이 아닌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비대면(non contact)으로 대전한다는 게 기성세대와 전통적인 프로스포츠 세계엔 생소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인식과 선입견을 국내에서 프로야구와 함께 양대 프로스포츠 종목으로 꼽히는 프로축구가 보기 좋게 깨뜨리며 축구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미 미국프로농구(NBA)에선 2018년부터 21개 구단이 참여한 e스포츠 리그 ‘NBA 2K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연맹은 NBA가 e스포츠와 결합한 콘텐츠로 농구 산업 다변화를 시도한 점을 지향점으로 보고 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e스포츠 리그를 장기적인 계획에 포함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e스포츠 문화가 생소하던 한국에서는 미국 블리자드 사가 개발한 온라인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는 국내 기업의 게임단 창단으로 이어졌고 억대 연봉을 받는 신종 직업 ‘프로게이머’ 탄생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e스포츠 역사가 20년을 이어오는 동안 프로스포츠와는 개별적으로 발전해 왔다. 2020년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전통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해 두 분야의 상생하는 발전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K리그와 e스포츠의 접목이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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