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왼쪽)-LG 차우찬.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지난 3년간 개막전 마운드는 외국 투수들의 무대였다. 지난해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김광현(이상 32ㆍ전 SK 와이번스)을 제외하면 KBO 리그 개막전 선발 투수는 외인 일색이었다. 10개 팀 중 KIA를 제외한 9개 팀이 시즌 첫 경기 선발로 외국 투수를 내세웠다. 2017년엔 10개 구단 중 국내 선발은 한 명도 없었고, 2018년에도 1명(윤성환)에 그쳤다.

올 시즌에는 개막전 선발투수 지형도가 바뀔 전망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 등 5개 팀 외국인 투수들이 2주간 자가 격리를 한 뒤 뒤늦게 훈련을 시작했다. 예상보다 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외국 투수들도 있지만, 리듬이 끊긴 탓에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선수들이 있다. 외국 투수가 정상적으로 합류한 팀들은 개막전부터 용병 원투 펀치를 가동할 예정이나, 상황이 여의치 않은 팀들은 토종 선발 카드를 꺼낼 전망이다.

개막전 토종 반란의 선두 주자는 리그를 대표하는 두 좌완 에이스 양현종과 차우찬(33ㆍLG)이다. 맷 윌리엄스(55) KIA 감독이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양현종은 2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초반 몸이 올라오지 않아 고생했던 양현종은 2020시즌을 앞두고 더욱 철저하게 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부터 차분하게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양현종은 캠프 때 본지와 인터뷰에서 “올해는 초반부터 치고 나갈 것이다. 작년 결과는 운이라고 생각한다. 굴곡진 그래프를 만들고 싶지 않다”면서 “떨어졌다가 올라가는 건 팀에게도 마이너스가 된다. 작년에 성적 안 좋았을 때 팀 성적도 안 좋아서 많이 미안했다. 올해는 꾸준히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국내 자체 홍백전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93를 기록하며 컨디션이 정상 궤도에 올라왔음을 알렸다. 그는 최종 점검을 위해 타 팀과 교류전에 한 차례 등판할 예정이다.

LG의 토종 에이스 차우찬은 2016년 이후 4년 만에 개막전 선발 등판이 확실시된다. 류중일(57) 감독은 2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연습경기에 앞서 "외국인 투수들은 개막 시리즈 합류가 어렵다"며 "두산과의 개막전에는 예정대로 차우찬을 준비시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차우찬은 지난 시즌 13승 8패 평균자책점 4.12를 기록한 LG 선발진의 기둥이다. 스프링캠프 전 제주도에서 김용일(54) LG 트레이닝 코치와 운동하며 몸을 만드는 등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올 시즌을 마치면 생애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해 예년보다 동기부여가 더 강하다. 착실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린 차우찬은 국내 청백전 5경기 15이닝 6실점 평균자책점 3.60으로 무난한 투구를 했다. 지난 21일 두산 베어스와 교류전에서도 2이닝 3탈삼진 무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개막전 선발을 바라보고 막판 담금질 중인 차우찬은 개막전 이전에 한두 차례 더 등판할 계획이다. 

차우찬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던 2011년, 2012년, 2016년 개막전 선발로 나섰지만, 한 차례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네 번째 도전에 나서 개인 첫 개막전 승리투수의 영예를 정조준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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