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 모델S. 테슬라 홈페이지

[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거의 모든 것이 결정됐다. 오는 11월, 매장 위치는 이마트의 초대형 복합쇼핑몰인 경기 스타필드 하남. 세단형 모델S와 SUV 모델X. 예약금은 각각 200만원, 500만원.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온다. 신세계가 주도적으로 매장을 늘리기로 했다. 조만간 국토교통부 인증도 마칠 예정이다. 정확한 판매가격과 출시 일정만 나오면 된다. 

 

◆ 폭풍 전야, 완성차 시장

테슬라 국내 진출 소식에 많은 소비자들은 큰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아직 정식 출시 일정도 안나왔는데 벌써 구매 예약금을 지불한 사람들도 많다. 시승을 신청했다는 사람은 훨씬 많다.

다만 테슬라가 국내에 진출해도 한동안 시장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처음 출시하는 모델이 판매가가 1억원대로 예상되는 고가 차량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가격대와 용도를 가진 차라면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도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등 플래그십 모델과 포르쉐 마칸, 재규어 F-PACE, 레인지로버 등 럭셔리 SUV 뿐이다. 지난 7월 기준 이들 차량 판매량은 세단과 SUV 각각 1,000대 정도에 불과하다.

거기에다 이번에 출시되는 테슬라 모델들은 친환경차 보조금도 못받는다. 충전 시간이 10시간을 넘는 탓에 친환경차 기준에서 벗어나서다. 테슬라도 기술 공개 등을 우려해 친환경차 대상 검사조차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모델3가 나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모델3는 미국에서 내년 출시 예정인 준중형 모델이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46km다. 가격은 3만5,000달러 정도로 국내에서는 4,000만원 대가 유력하다. 준중형치고는 아주 비싼 편이지만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큰 매력이 있다.

만약 테슬라가 모델3에 대해 친환경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한다면 실구매가가 2,000만~3,000만원으로 떨어진다. 아반떼와도 경쟁이 가능한 수준이다.

게다가 국내에도 테슬라의 무료 충전 서비스 ‘수퍼차저’가 도입될 예정인 만큼 경제적인 이점은 많다.

국내에도 전기차 모델이 있지만 테슬라와 경쟁하기에는 다소 처진다는 느낌이다. 대표적인 국내 전기차는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이다. 판매량도 상당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성능에서 합격점을 받았지만 완충시 총 주행거리가 191km 정도밖에 안된다.

GM의 야심작 볼트 2세대는 국내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분류되면서 지원금이 대폭 줄어든 탓에 출시 조차 불투명해졌다.

 

▲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성능 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완충시 주행거리가 191km에 불과한 것이 아쉽다. 현대자동차 제공

◆”전기차 시장 파이는 커질 것”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보는 국내 전기차 시장 전망은 어둡지만은 않다.

이 연구원은 29일 ‘자동차산업의 전기동력 자율주행화 가속화’보고서를 통해 테슬라와 모델3가 들어오면 국내 전기차 시장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산업이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판매물량 때문이다. 2009년 중반 전기차산업 재육성에 나서 배터리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판매물량이 아직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연구원은 모델3 출시가 전기차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시장을 키울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들이 당장 차량을 구매하지는 않겠지만 수요를 늘리는 계기가 된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에 전기차와 충전기 비율이 17.1대 1밖에 안된다는 것은 걸림돌로 지적됐다. 미국은 2대 1정도다.

이는 최근 정부가 충전소를 대폭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는 등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와 국산 전기차의 기술력 차이도 이 연구원에 따르면 2년 정도에 불과하다. 큰 차이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도 "테슬라는 분명히 위협적이지만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 쯤에는 국산 전기차 수준도 비슷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테슬라 모델X 테슬라 홈페이지

◆ 부품산업도 전망 밝아

산업연구원 보고서는 자동차 부품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했지만 현실은 정 반대로 나타났다.

당장 테슬라는 국산 업계에 배터리를 제외한 상당수 부품에 대한 공급 계약을 체결했거나 협상 중이다.

우선 타이어 메인 공급업체에는 한국타이어가 선정됐다.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업체 샘플들과 경쟁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는 모델3 전용 타이어가 개발된다.

EPS(전기모터 구동식 조향장치)와 스티어링랙도 우리나라 만도가 만든다. 만도는 자율주행 안전시스템의 개발작업도 공동으로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어박스유는 SK루브리컨츠가 단독 공급한다. 기어박스는 모터 동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부분으로 기어박스유는 이를 부드럽게 윤활하는 역할을 한다.

그 밖에 부품 생산에 쓰이는 금형과 모터코어, 무방향성 전기강판 등에도 엠에스오토텍 등 국내 부품 생산업체 제품이 들어간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평가받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오히려 테슬라로부터 배제됐다. 테슬라는 모델S와 모델X를 비롯해 모델3까지 배터리를 오직 일본 파나소닉에서 단독 공급받기로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는 지난 6월 SNS를 통해 이런 방침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서 도태된 것은 분명 아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의 라이벌 사인 중국 BYD 지분을 인수하는 등 전기차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LG전자도 이미 쉐보레 볼트에 장착된 11개 핵심부품을 공동개발하며 전기차 시장 내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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