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방류수 배출 두고, 안성시 “용인이 혜택 보고 폐해만 도맡을 수 없다” 주장
SK하이닉스, 한천 중류로 방류수 배출 위해 10㎞ 이상 관로 매설 제안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것으로 보이는 용인시 원삼면 일대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정부가 지난해 2월 경기도 용인시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심의를 통과시키면서 시작된 산업단지 개발과 관련해 SK하이닉스 공장설립에 대한 안성시 주민들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안성시는 SK하이닉스에서 나오는 방류수가 인근 지역으로 흘러들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방류수를 한천 중류로 흘려보내도록 조치하는 등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조업 활력 및 혁신 전략’의 일환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SK하이닉스와 50여 개의 관계 기업들이 참여하고 120조원을 투자해 대규모 국가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SK하이닉스가 출자한 사업시행 SPC(특수목적법인) 주식회사 용인일반산업단지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48만㎡ 부지에만 1조7904억원을 들이고 향후 기업들이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120조원을 투자해 4개의 반도체 공장(팹)을 신설하는데, 오는 2022년 착공을 시작해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월 최대 80만장의 웨이퍼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약 1만7000여명에 달하는 신규 직접고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용인시가 발표한 사업 계획에는 일일 발생 방류수를 용인에서 안성으로 이어지는 한천으로 방류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안성시 한천 일부가 인근 고삼저수지로 유입되는 만큼 방류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가 정부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에서 방침으로 정한 ‘오·폐수 처리 계획’을 보면 최종 처리수 61만여㎥ 중 하수처리 과정을 거친 37만여㎥가 사업지구 서측에 위치한 안성시 지방하천인 한천으로 방류된다.

이를 두고 안성시민들은 SK하이닉스에서 나오는 방류수가 고삼저수지로 들어오면 이 곳에서 물을 끌어다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농지가 오염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환경부도 현재 이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안성지역 주민 및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하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본안을 반려 처분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향후 진행안 /산업통상자원부

이에 지난 22일 열린 공청회에선 김보라 안성시장은 "관리 권한을 갖고 있는 용인시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안성에 와서 협조해달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며 "방류수 처리에 대한 대책 없이 기업을 유치한 용인시는 원점에서 이번 사안을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SK하이닉스 측에서는 ▲고도산화 처리 공정을 추가해 방류수질 강화 ▲방류수를 추가적으로 한 번 더 체류시키는 다기능 저류조 설치 ▲하류 수생태계 영향 및 박무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열교환기 설치 등을 제안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800억원을 추가 투입해 공공폐수처리시설에서 나오는 수질 개선도 추진한다. 지난해 물환경보전법 개정으로 공공폐수처리시설 방류수 수질기준이 된 총유기탄소(TOC) 수치를 법적기준치인 리터당 15㎎보다 낮은 6㎎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다. TOC는 폐수 수질 측정지표 중 하나다.

또한 기존에 한천 상류로 내보내려던 방류수를 산업단지에서 10㎞ 이상 떨어진 중류로 내보내기 위해 추가 재원 420억원을 마련해 방류관로를 지중 매설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적으로 검토해 공청회를 통해 안성시 및 주민들에게 설명했고, 공청회 이후 안성시 및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최적의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성시에서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혜택은 용인에서 보고 폐해는 안성에서 보고 있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역 이기주의로 국가 산업발전에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닌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올해 2분기내에 산업단지 계획 승인 신청 및 협의를 마쳐야 하지만 일정이 미뤄지면서 경기도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 심의도 연기돼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용인시에서 흐르는 강물이 하류인 안성시로 연결되는 것을 막는 것은 환경 측면에서 물의 지류를 바꾸는 것으로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방류수의 오염도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한다는데 이를 극구 반대만 하는 것은 지역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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