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흥국생명 이재영ㆍ이다영의 옛 스승인 김양수 진주선명여고 배구부 감독 인터뷰
흥국생명 이재영(왼쪽)과 이다영. /흥국생명 배구단 인스타그램 캡처.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에서 활약 중인 ‘쌍둥이 자매’ 언니 이재영(24)과 동생 이다영(24ㆍ이상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의기투합은 최근 배구계에서 가장 놀라운 소식이었다. 원 소속팀 흥국생명에 잔류한 이재영은 자유계약선수(FA) 이다영이 14일 현대건설에서 흥국생명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으면서 오랫동안 바라던 소원을 이뤘다. 흥국생명은 레프트 이재영과 총액 6억 원(샐러리 4억 원+옵션 2억 원), 세터 이다영과 총액 4억 원(샐러리 3억 원+옵션 1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해머던지기 국가대표 출신인 아버지 이주형 익산시청 육상부 감독과 여자배구 국가대표 출신인 어머니 김경희 씨뿐 아니라 은사인 김양수(55) 진주선명여고 배구부 감독 역시 이 소식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김양수 감독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쌍둥이 자매의 학창시절부터 흥국생명 계약 전 뒷얘기까지 가감 없이 밝혔다. 인터뷰 내용은 옛 스승이 제자들에게 띄우는 편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사랑하는 제자 재영이와 다영이에게.

김양수 진주선명여고 배구부 감독. /본인 제공

재영아, 다영아. 김양수 선생님이야. 시즌 시작 전이었던 지난해 가을 기억나니? 어머니 김경희 씨하고 같이 나를 찾아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었지. 나와 친구 사이인 너희 어머니도 그렇고 너네 둘 모두 한 팀에서 뛰길 원했던 게 생각난다. 자매가 성격도 대조적이고 티격태격하다 보니 내가 서로 다른 팀에 있는 게 낫다고 말했는데 결국 흥국생명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구나. ㅎㅎ.

선생님은 너희가 천부적인 재능과 운동신경을 타고난 선수로 기억해. 재영이는 점프력이 좋았고 어깨 파워도 출중했어. 다영이는 세터였지만 언니 못지 않게 공격도 굉장히 잘했지. 공격수로 전향해도 재영이 못지않게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봤어.

너희 자매는 비슷한 듯하면서 개성이 또렷했어. 재영이는 언니답게 듬직함이 있었고 말수도 적었으며 운동을 굉장히 좋아했지. 남들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놀 때도 재영이는 체육관에서 혼자 운동을 즐겼던 게 기억이 나. 재영이는 훈련을 굉장히 많이 하는 ‘노력파’였지. 공격을 많이 하다 보니 잔부상이 있었고 그 염려 때문에 웨이트트레이닝 같은 힘을 키우는 훈련도 많이 했어. 지금도 주말에 웨이트트레이닝센터에서 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다영이는 운동을 즐겼지만, 개인 훈련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 오히려 노는 걸 좋아했어. ㅎㅎ. 말도 재미있게 하고 춤도 굉장히 잘 췄던 기억이 있어. 교내 축제 때 무대에 나가서 춤도 추고 그랬잖아. 기억나니 다영아? 허허. 발랄했던 모습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구나^^.

둘 다 고등학교 입학할 때만 해도 키가 176cm정도였는데 지금은 조금씩 더 컸더구나. 어머니가 배구 선수 출신이다 보니 성격상 재영이를 공격수, 다영이를 세터를 시킨 것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선생님은 아직도 너희들을 보면 그렇게 유쾌해질 수가 없단다 ㅎㅎ.

내가 스파르타식으로 훈련을 시켰는데 너희들은 그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구나. 내가 요즘은 배구 지도 일선에서 조금 뒤로 물러나 있어. 코치분들이 학생들을 일일이 가르치고 있지. 선생님은 배구를 잘하는 선수보단 못하는 선수를 어떻게 키워 줄 것인가를 항상 고민한단다. 잘하는 선수들은 프로 무대에 잘 가지만, 못하는 선수들은 대학 진학 같은 장래 문제가 당장 걱정이거든.

김양수(왼쪽에서 2번째) 감독과 이재영(왼쪽에서 6번째), 이다영(맨 왼쪽) 자매의 청소년 대표팀 시절 모습. /김양수 감독 제공

너희도 알다시피 진주선명여고 출신의 프로 선수들이 14명이나 되잖아. 너희를 비롯해 최은지(28), 정호영(19), 지민경(22ㆍ이상 KGC인삼공사), 하혜진(24), 유서연(21ㆍ이상 한국도로공사) 등 선수들은 학교의 자랑이란다. 학교 이사장님은 여전히 배구에 관심이 많으셔서 지원도 든든하게 해 주셔. 덕분에 체육관 시설도 좋고 지도자분들도 유능하신 것 같아.

지난 겨울 너희 경기들 구경하러 갔었는데 활약 모습을 보면 늘 기분이 좋아. 주위에서도 너희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사인 좀 대신 받아줄 수 없느냐는 말들을 선생님한테 해온단다 ㅎㅎ. 내가 먼저 연락하는 성격이 아닌데, 너희들은 이 선생님을 잊지 않고 종종 연락해줘서 늘 고마워.

아, 그리고 재영아. 남자친구가 없는 줄 알았는데 네가 전에 (SK와이번스 투수 서진용과) 연애 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하하. 아무튼 공격수라 늘 부상의 위험성이 있고 하니 몸 관리 잘하고 컨디션 잘 만들어라.

다영이에게는 특히 지난해부터 실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는 말을 한 번 더 해주고 싶다. 이젠 대표팀에서도 어엿한 주전 선수이지 않니. 전에 내가 너한테 ‘너 요즘 진짜 선수 같다’고 농담 삼아 얘기했었는데, 다영이도 차분하게 경기 진행을 하면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 선생님은 너희가 한 팀에서도 호흡을 잘 맞춰가며 잘 해나갈 거라 믿고 있어. 종종 연락하고 또 보자 ^^.

흥국생명 이다영(왼쪽)과 이재영. /흥국생명 배구단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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